김환수 선수는 평소 바둑을 매우 빨리 두는 편이다. 제한 시간이 3시간이나 되는 일반 기전에서도 오전에 경기가 끝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정도다. 좋게 말하면 그만큼 수를 빨리 본다는 뜻이지만 대신 대부분의 속기파 기사들이 그렇듯이 덜컥수가 자주 등장한다는 게 탈이다.
좌하귀에서 흑9로 한 수 더 두어서 백 한 점을 확실히 제압하려 한 것은 당연한데 이 때 백10으로 상변을 먼저 벌린 것이 재미있는 착상이다. 보통 이런 형태에서는 <참고1도> 1로 저공 비행하는 것이 상용의 맥점으로 11까지가 흔히 볼 수 있는 진행인데 김환수는 흑백이 서로 마주보는 대칭점인 상변 4의 곳을 흑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참고1도>
김한수가 평범한 진행을 거부하고 슬쩍 수순을 비틀고 나오자 이번에는 김지석이 화를 냈다. 11로 백진에 곧장 쳐들어 간 수가 최강의 반발이다. <참고2도> 백1로 씌우면 위험할 것 같지만 흑에게는 2, 4의 반격이 준비되어 있다. 참고2도>
직접적인 공격이 잘 안 된다고 판단한 백이 일단 12로 물러서자 흑은 13, 14를 교환, 응급 처치를 한 다음 귀에서 최대한 실리를 챙겼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백 세력이 두터워져서 상대적으로 상변 흑 두 점이 매우 불안해 보이는데 과연 이대로 두어도 괜찮은 것일까. 김지석의 곱상한 외모와는 정반대로 정말 대단한 배짱이다.
박영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