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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의 증시, 어제와 오늘] 세상이 바뀌면 변해야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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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환 기자의 증시, 어제와 오늘] 세상이 바뀌면 변해야할 것들

입력
2005.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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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4년(인조 2년) 음력 2월. 인조반정의 일등공신이면서도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은 평안병사 이괄이 군대를 이끌고 2월10일 도성인 한양에 입성했다. 도성 사람들은 이틀 전 줄행랑을 친 인조 임금을 배신하고, 길 위에 황토를 뿌려 펴는 등 이괄의 군대를 극진히 환영했다.

그러나 불과 하루 뒤 도성 사람들은 기회주의자가 돼야 했다. 11일 새벽 도성 외곽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이괄의 반군이 관군에게 패퇴하자 도성 사람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이들은 돈의문과 서소문을 폐쇄해 반군의 퇴로를 차단하는 등 관군의 승리를 도왔다.

명분론으로는 결코 설명이 되지 않지만, 당시 도성 주민들의 행동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세상 흐름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는 민초들의 전형적인 행동방식으로 해석된다.

‘세상이 바뀌면 변화해야 한다’는 이치는 400년 가까이 지난 오늘날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미국의 권위 있는 민간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Conference Board)는 다음달부터 미국 경기선행지수의 산정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변경의 핵심은 기존 지수 비중의 63%를 점하는 주가와 통화증가율 등 금융요인의 가중치를 5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실물요인의 가중치를 37%에서 50%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우리나라 통계청도 현 경기상태와 6개월 후의 경기흐름을 예측하는 동행지수와 선행지수의 구성항목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03년 하반기부터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산출방식으론 경기흐름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통계청은 다양한 경제변수를 지수 산출에 사용하는 방안을 연내 확정할 예정이다.

증시 투자자가 참고해야 하는 지표도 계속 바뀌고 있다. 금융의 글로벌화가 진전되지 않은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미국의 주가지수는 국내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1999년 무렵부터 외국인 투자비중이 늘어나면서 당일 새벽 마감되는 미국증시 지표는 국내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국내 수출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일본 제품과 경쟁하던 시기에는 원ㆍ엔 환율이 수출전망의 바로미터였으나, 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가 수출전망의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고유가 그림자가 증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의 석유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탓이다. 신흥개발국을 중심으로 원유 철광석 등 원자재 소비가 꾸준히 늘어나는 현상이 세계 경제의 최대 변수라면, 주식 투자자의 참고 지표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세상 변화에 맞게 경제지표를 바라보는 시야의 각도와 범위를 넓히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됐다.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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