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지도, 예쁘지도 못한 몇 장의 사진이 네티즌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축구선수 박지성의 상처투성이 발과 발레리나 강수진의 나무뿌리 같은 발가락, 그리고 프로야구 투수 염종석의 수술자국이 그득한 어깨 사진입니다.
어느 잡지의 한 면을 스캐닝한 것으로 보이는 박지성의 발 사진이 그의 빅리그 진출을 계기로 인터넷에서 회자되자 누군가 ‘더 엄청난 사진이 있다’며 강수진과 염종석의 사진도 올린 것 같습니다. 이 바람에 박지성이 평발이란 사실이 한눈에 들어오는 풋프린트 사진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지성의 발은 딱딱하게 뭉쳐 있는 굳은살과 흉터가 그득해도 그런대로 볼만 하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세계 무대를 누비는 프리마돈나 강수진의 발은 형체마저 뒤틀려 정말 사람의 발인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염종석의 어깨 역시 ‘악’ 소리가 절로 나올 수준입니다. 그의 수술 자국은 언뜻 보기에 조폭의 횟칼에 난도질을 당한 것처럼 흉터가 낭자해 공포심마저 느껴질 지경입니다.
네티즌의 반응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평발인 내 친구는 조금만 뛰어도 아파하던데 눈물이 날 정도로 (박지성)을 존경한다.” “(강수진의 발은) 흉하기에 오히려 너무나 아름답다.” “(염종석의) 사진을 보고 너무 놀랐고 가슴이 아프다. 이제 부상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다시 한번 훨훨 날길 바란다.” 무엇이 네티즌의 가슴을 건드린 걸까요.
많은 선수들이 천재란 찬사를 받으며 자라지만 박지성은 이 말과 거리가 먼 선수입니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빈약(키 175cm, 70kg)해 선발에서 탈락하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그는 또 평발입니다.
지금도 뛰고 나면 발바닥이 화끈 거리고 쑤신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남들보다 몇 배로 그라운드를 휘젓고 다니다 ‘말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란 찬사를 들으며 꿈의 무대에 입성했습니다. 성공의 5가지 ‘ㄲ’ 조건(꿈 깡 끈 끼 꼴) 중 끼(재능)와 꼴(외모)이 부족했지만 99%의 노력으로 1%의 가능성을 일군 경우입니다.
강수진의 백조처럼 우아한 무대 모습이 각인된 분들은 토슈즈 안에 감춰진 그의 발을 보고 기절초풍하실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입문한 이후 20여년 동안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하면서 발이 나무뿌리처럼 뒤틀린 것이겠죠. 뼈가 부러진 것도 모른 채 연습했다는 그는 일년에 250켤레의 토슈즈를 닳게 만든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무용평론가는 ‘그대 발에 입맞추고 싶습니다’라는 책까지 펴내 강수진의 흉한 발을 예찬해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염종석은 고졸 신인이었던 1992년 놀라운 성적을 올리며 롯데 자이언츠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려놓습니다. 그러나 어깨에 무리가 가는 슬라이더가 주무기였던 이 10대 소년은 이후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되풀이 하면서 잊혀져 갔습니다.
올해 그가 조용히 부활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3승에 3점대의 방어율을 지키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자기관리를 했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얼마전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이 ‘순둥이는 이제 가라, 독종이 되자’고 임직원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독종은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하는 인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박지성 강수진 염종석은 독종입니다. 축구와 발레, 야구를 사랑하기에 신체적 고통을 깡(정신력)으로 버텨내면서 꾼(최고 전문가)으로 거듭나 꿈을 실현한 것입니다.
요즘 같이 어려운 때 주저앉아 포기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럴 때마다 세 사람의 사진을 떠올리십시오. 용기가 함께 할 것입니다. 행여 오해가 생길까 사족을 붙입니다. 세 사람은 자신에게 누구보다 엄격했던 외유내강형 독종입니다. 남에겐 독하고, 자신에겐 관대한 일부 정치인과는 전혀 종류가 다릅니다.
김경철 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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