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라 정치 전체가 어려움에 빠진 것 같다”고 국정의 난맥을 자인했다. 또 열린우리당이 처한 어려움을 말하며 “대통령의 역량 부족 탓인가 싶어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고 한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 위기의 원인이라는 점을 상기한 것으로 적어도 이를 인식하고 있음을 육성으로 확인했다는 사실이 다행이다. 그러나 그 인식이 인식에 그칠 뿐 이를 치유하고 대처하기 위한 의지와 방법을 설득하고 제시하는 데 전혀 성의가 보이지 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비록 여당에 보내는 당원으로서의 의견이라고 하지만 어려움의 원인을 당 쪽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여당의 실질적이고 궁극적 책임 소재인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게 도리와 상식에 맞다.
노 대통령은 “당이 처하게 된 어려움의 결정적 이유는 도덕적 신뢰의 상실, 대세의 상실, 구심력 부재”라고 지적했지만 이는 바로 노 대통령 자신에게 대입했을 때 그대로 통하는 분석이다.
대통령이 역량 부족을 공개적으로 시인하는 정도가 되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비상한 수준의 다짐과 행동이 함께 나와야 한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그런 복안도 없이 나약한 고백이나 하고 있어서는 나라가 표류할 수 밖에 없다. 또 그 국민의 불행이 해소될 리도 만무하다.
이 점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진정한 고민을 한 흔적은 없어 보인다. 가령 선거에 실패한 사람들을 잇달아 중용하는 행위는 아무리 애써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의 기강을 말하기 전에 국정의 기강을 엄정하게 확립하는 일이야 말로 대통령이 앞장 서야 할 책무다. 인사는 국정의 기본이다. 어제 발표된 영남출신 환경부 장관이 왜 말썽이 되는지를 민심으로 돌아가 알아야 한다. “지역구도 극복”을 내세우는 설명에 동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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