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현 시점에서 금리를 올리더라도 경기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부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필요할 경우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이 28일 공개한 ‘10차 금통위(5월12일 개최) 의사록’에 따르면 “부동산가격 급등에 대응해 금리를 올릴 경우 경제회복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겠는가”라는 한 금통위원의 질의에 한은 집행부는 “현 상황에서는 금리를 올려도 경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한은 집행부는 이어 “지금처럼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대응은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이지만, 주택시장 불안이 계속된다면 (실제 금리인상 등) 구체적 행동을 취하지는 못하더라도 시그널을 주는 정도는 필요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집행부측은 특히 집값 상승으로 중장기적 안정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분명한 정책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은 집행부의 이 같은 태도는 부동산시장의 과열이 계속될 경우 금리인상이 불가피함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집값 불안에도 불구하고 경기 여건상 저금리기조는 계속돼야 한다는 정부의 완강한 입장과도 다소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한은의 정책대응이 주목된다.
그러나 한은 집행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5월12일 금통위에선 콜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금통위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박 승 한은 총재 역시 부동산가격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면서도, 저금리가 상당기간 지속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금통위 의사록은 회의개최 후 한달 반이 지난 뒤 공개된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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