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사들과 배우, 매니지먼트사들의 갈등이 표면화했다.
23일 강우석 감독이 배우들의 지나치게 높은 출연료 등을 거론한데 이어, 28일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회장 김형준)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영화산업정상화를 위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표준제작규약과 연기학교 설립을 골자로 한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배우 최민식과 송강호가 반박 29일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매니지먼트사들도 곧 정면대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양측의 공방은 그 전개방향에 따라 한국영화계의 지형을 바꿀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어서 영화계, 나아가 연예산업계 전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작사 측의 ‘선제공격’은 한국영화산업의 위기라는 현실인식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한국영화 총관객이 1억2,000만 명을 넘어서고 시장점유율이 50%를 상회하는데도 불구하고 투자ㆍ제작사의 수익률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화진흥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우리 영화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은 2001년 19%, 2002년 8%, 2003년 6%로 비교적 안정적 수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투자ㆍ제작사들은 2002년 -9.7%, 2003년 -8.8%의 수익률을 보였다.
제작사 측은 이러한 수익률 악화의 책임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배우들의 출연료 부담과 매니지먼트사의 무리한 수익배분 요구에 돌리고 있다.
이와 함께 5대5(외화의 경우 4대6)인 극장과 투자ㆍ제작사의 수익분배비율도 지적하고 있다. 제작가협회는 이렇듯 투자ㆍ제작사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에서는 양질의 영화를 만들 수 없고 결국 한국영화의 붕괴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작사들이 이날 대안으로 제시한 표준제작규약은 제작가협회와 연기자 단체, 스태프 단체 등이 매년 또는 격년으로 수익 기여도를 산출해 합당한 수입배분비율을 정하는 일종의 단체협약이다.
매니지먼트사의 지나친 영화제작 개입과 수익배분 요구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회원사들의 공동출자로 연기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몇몇 스타들에 의존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이 학교교장에는 이미 이창동 감독이 내정된 상태다.
그러나 이런 방안들은 “출연료 상승은 합리적인 시장 논리”라고 주장하는 배우들과, 막대한 전속료를 들여 배우들을 확보 관리하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들로서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이 때문에 전체적인 영화계 개편의 가닥이 잡히기까지는 상당기간 접점 없는 논쟁과 충돌이 이어질 전망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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