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이인 악용 택시기사 억대 토지 사기

상속이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던 땅의 원소유주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한자이름까지 똑같다는 점을 이용해 억대 토지사기를 벌인 범인이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택시기사 A씨는 휴전선 부근에 소유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토지가 많다는 사실에 착안, 경기 파주 일대 토지의 소유관계를 확인하던 중 우연히 ‘먹잇감’을 발견했다.

11필지에 달하는 부동산의 공동 소유자 중 1명인 B씨가 1989년 사망했는데도 후손이 상속에 따른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지 않아 일부 땅이 방치돼 있던 것. B씨는 비록 분파는 다르지만 A씨와 동성동본일 뿐만 아니라 46년 사망한 A씨의 할아버지와 한자까지 같은 동명이인이었다.

A씨는 곧바로 자신이 B씨의 손자로서 적법한 상속인인 것처럼 소유권 이전등기를 허위로 신청해 호적 담당 공무원을 감쪽같이 속였고, 지난해 9월 제3자인 김모씨에게 이 땅을 자신의 상속재산이라고 속여 2억5,000만원에 팔아 치웠다. A씨의 사기행각은 뒤늦게 법원으로부터 토지분할 통지를 받은 B씨 후손들의 신고로 들통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임권수 부장검사)는 28일 A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B씨의 후손들이 해당 토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말소 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