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 여름 들어 처음으로 모기에게 물렸다. 비가 오니 이 놈들이 베란다 구석 어두컴컴한 데 숨어 있다가 방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내가 한 방 물리고, 아이가 두 방 물렸다. 그래서 부자간에 나온 이야기가 어떤 모기가 가장 세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바닷가 모기가 가장 세다고 말했다. 예전에 캠프를 갔는데 모기가 모포까지 뚫고 종아리와 팔뚝을 물었다. 아이는 시골 할아버지댁 모기가 제일 세다고 한다. 이유는 할아버지댁 모기는 앵하는 소리부터 사이렌을 닮았고, 물어도 무릎 뒤쪽과 목덜미처럼 살이 야들야들한 데를 골라서 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모기 이름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다. 집모기라고 대답하니, “그런 거 말고 그 모기 상표요.” 하고 말한다. “야 임마. 모기한테 상표가 어디 있어?” 하고 다시 물으니 모기 중에 사람 잘 깨무는 모기는 배에 검은 줄과 흰 줄이 차례로 그어졌는데, 자기들은 그걸 ‘아디다스 모기’라고 부른다고 했다.
우리 아들 말로 이 놈들이 바로 프로급 모기이며 초저녁에 깨물리면 아침까지도 붓는다고 하니, 올 여름 다들 ‘아디다스 모기’ 조심하시길.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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