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장 코스이자 가장 어려운 홀로 대회 내내 선수들을 괴롭혔던 마지막 파 4 18번홀(459야드). 현지 방송 카메라는 선수 3명의 표정을 번갈아 가면서 비추고 있었다. 17번홀까지 4오버파로 공동 선두를 나눠가진 김주연(KTF)과 모건 프리셀(17ㆍ미국), 그리고 5오버파로 경기를 끝낸 브리타니 랭(19ㆍ미국)의 운명이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193야드를 남겨놓고 페어웨이 우드로 친 김주연의 두번째 샷이 그린 왼쪽 벙커에 빠지는 순간 승리의 여신은 사상 최연소 챔피언을 꿈꾸는 프리셀의 손을 들어주는 듯 했다. 홀까지는 20야드나 남은 데다 그린이 보이지 않아 몇 번 껑충 껑충 뛰어야 할 만큼 높은 벙커 턱 때문에 파세이브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김주연의 볼은 벙커 턱을 사뿐히 넘어 그린에 떨어진 뒤 7~8m를 구르더니 깃대를 맞고 시야에 사라져 버렸다.
이번 대회에서 5번 밖에 나오지 않은 행운의 버디이자 김주연에게 생애 첫 우승의 영광과 56만 달러의 거금을 가져다 준 환상적인 벙커 샷이었다. 두번째 샷을 위해 이동하다 갤러리의 엄청난 함성이 김주연의 버디 때문인 것을 안 프리셀은 믿기지 않는 듯 머리를 감싼 채 괴로워했다. TV를 통해 중계를 지켜보던 랭은 허탈한 웃음으로 연장전의 꿈을 접었다.
두번째 샷을 그린 주변의 러프로 날려보낸 뒤 보기로 경기를 마감한 프리셀은 결국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현지 방송은 18번홀의 또 다른 희생자를 소개했다. 이날 3타를 줄이면서 18번홀을 무사히 끝냈다면 3오버파로 우승도 가능했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였다. 오초아는 이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물에 빠뜨리는 악천고투 끝에 더블파(+4)를 기록, 분루를 삼켜야 했다.
김병주 기자 bjkim@h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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