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교원 3단체, 학부모단체가 참여하는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한 특별협의회’가 출범하고 활동에 들어갔다. 협의회는 많은 혼란과 비판을 안고 출발했다.
교원단체는 협의회 발족이 교원평가 저지 투쟁의 성과로 받아들이며 교원평가를 원점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하고, 교육부는 애초 9월 시범실시는 어렵지만 합의를 통한 2학기 실시는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협의회 첫 회의를 통해 나온 합의문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부적격 교원 대책 마련에는 합의했지만 교원평가제도 개선 등의 과제에 대해서는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고 되어 있다. 부적격 교원 범주에 대해서도 성적 조작, 금품 수수, 성폭력 등 각종 비리에 연루된 범법교사나 정신적ㆍ신체적으로 결함이 있는 교원에 한정하고 있다.
범법교사는 당연히 사법처리의 대상이며 정신적ㆍ신체적 결함이 있는 교원은 당연히 교직에는 제외되어야 함에도 온존되어 왔던 것이 문제이다. 현행법으로 이미 조치가 취해졌어야 할 일을 새삼스럽게 대책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이 부끄러운 일일 뿐이다.
명백한 범법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능력이 부족한 교사에 대해 판별하고 필요하면 전직 또는 재교육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교원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부적격 교원의 범주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부적격 교원 대책이라 이름 붙일 수 없다.
협의회는 부적격 교원 대책 마련을 앞에 내세우며 교원평가제 합의는 뒷전에 내모는 일은 없어야 한다. 협의회 운영기간을 1년으로 하고 1년 연장 가능하도록 하였다. 이에 대한 우려도 많다.
합의를 빌미 삼아 논의를 한없이 끌고 갈 우려가 없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협의회 의제로 온갖 교원정책을 다 올려놓은 것도 문제다. 예산당국, 교원양성기관 등의 동의가 있어야 할 교원확충, 교원 양성 정책들까지 협의회 합의안으로 올려놓고 시간 끌기로 갈 것을 예고하고 있다.
협의회 구성부터 의제 선정에 이르기까지 교원단체의 요구에 끌려 다니는 교육부의 무능력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교원평가 3월 시범실시, 5월 실시, 9월 실시에서 이제는 2학기 실시로 물러났다.
평가 참여자도 다면 평가라 했다가, 학생과 학부모는 만족도 조사에만 참여하는 것이라 했다가 오락가락한다. 평가대상자인 교원들의 완전 합의에 내맡긴 처사도 교원평가 시행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교원평가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전교조는 기존의 근무평정제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지 이제까지 논의된 새로운 교원평가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니 교육부와 교원단체는 하나에서 열까지 동상이몽을 하는 것인지 아전인수 해석을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무능력한 교육부와 교원평가 완전 폐기에만 목적을 둔 교원단체 사이에 낀 두 학부모단체의 역할이 막중하다. 학부모 단체들은 교원평가를 저지시키고자 하는 교원단체의 명분 축적용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랜 학부모의 염원을 학부모단체의 손으로 무산시킨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알량한’ 부적격 교원 대책을 교원평가제와 맞바꾸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협의회에 참여하는 모든 단체는 단체의 이익과 세 과시에 골몰하지 말고 학생과 학부모,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진정한 교육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바란다.
윤지희 교육과시민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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