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임기가 아직 1년 3개월이나 남았지만, 집권 자민당에서는 벌써부터 ‘포스트 고이즈미’를 노린 대권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강행하고 있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우정개혁을 둘러싼 정파간의 갈등이 초래한 조기 레임덕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출사표를 던지는 것은 히라누마 다케오(平沼赳夫) 전 경제산업성 장관. 그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겨냥, 자신의 정책구상을 담은 ‘신국가론’을 다음달 10일 출간할 예정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감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 대리도 28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지원을 명분으로 하는 의원 모임을 발족키로 하는 등 각 후보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자민당 내 한국과 중국에 대한 외교노선을 중심으로 파벌간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차기 총리 경쟁의 선두주자는 역시 아베 간사장 대리이다. 중국과 북한에 대한 강경자세와 과거사에 대한 우경 국수주의적 발언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여론 지지도만으로 보면 총리는 떼 논 당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 같은 인기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고이즈미 총리의 후원자이자 차기 대권구도에서도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26일 “아베는 총리가 되는 순간 꼼짝달싹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극히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주변국과 자민당 내부의 거부감을 대변한 것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세대교체 요구로 2선으로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전 총리 등 원로들도 “차기 총리는 고이즈미의 반대 스타일이 바람직하다”며 사실상 아베를 거부하고 있다.
당내 중진ㆍ원로들이 가장 선호하는 인물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관방장관이다. 역대 최장수를 기록한 관방장관 시절 보여준 안정된 정치적 능력이 평가받은 데다 아베와는 정반대로 주변 국가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는 스타일이 득점 요인이다.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이 ‘성씨를 달라’고 한 것이 시초였다”는 등의 망언으로 한국에 알려진 아소 타로(麻生太郞) 총무성 장관, 실무능력을 인정받는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경제산업성 장관, 일본유족회 회장으로 반 고이즈미의 선봉에 서온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간사장 등도 자천타천으로 총리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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