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 국방장관의 거취문제가 정치권에 미묘한 쟁점으로 부상했다. 한나라당은 27일 최전방 총기난사 사고의 책임론을 제기하며 윤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해임공세를 본격화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윤 장관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만큼 사고수습부터 제대로 하자며 시간 벌기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30일 본회의에서 윤 장관 해임건의안을 진짜로 가결시키겠다는 자세다. 소속 의원 전원에 대기령을 내렸다.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야4당 공조만 이뤄내면 충분히 가결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우리당은 민노당이 해임안 처리에 회의적인 점을 고려, 처리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혹시나”하는 생각에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4ㆍ30 재선거참패로 과반의석에 미달한 데다 당내에서조차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어 표결 처리 때 어떤 결과가 나올 지 장담 못하는 분위기인 것이다.
우리당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은 윤 장관 해임에 부정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윤 장관은 노 대통령이 국방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 국방보좌관에서 전격 발탁한 인물로 신임이 두텁다”며 “노 대통령은 자신의 국방철학을 잘 알고 개혁의지가 높은 윤 장관을 교체할 경우 국방개혁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오후 기자브리핑에서 “28일로 예상되는 장관급 인사 대상은 법무장관과 환경장관 뿐이고 윤 장관에 대해선 교체 여부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 장관의 사의표명 때만 해도 우리당은 교체를 시간문제로 보고 후임에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노 대통령이 윤 장관에 애착을 보이면서 일대 혼선에 빠졌다. 윤 장관 교체를 주장하자니 노 대통령의 의중이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변호하기에는 국민여론이나 야당공세가 심상찮은 것이다.
이 때문인지 당내에서는 드러내놓고 말만 못할 뿐 “청와대가 여론을 너무 모른다”는 볼멘 소리가 적지않다. 한 당직자는 “총기사고도 크지만 최근 공개된 병영의 알몸사진 등 잇단 인권침해사례로 국민불만이 폭발직전”이라며 “더 이상 미적거리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윤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한 국회 표결이 있을 경우 여당 내에서도 찬성표가 나올 수 있다”며 “국방장관 교체는 국방개혁을 넘어 민심수습 차원에서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우리당은 이 같은 우려를 청와대에 전달키로 해 주목된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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