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쓰레기소각장(자원회수시설)의 자치구들 간 공동이용을 조기에 실행하기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서 시와 일부 자치구 사이에 ‘소각장 싸움’이 재연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27일 “현 조례에는 자원회수시설 소재 자치구 이외 지역의 생활폐기물 반입시 자치구청장과 합의하도록 돼 있으나 자치구청장 또는 주민지원협의체와 협의하는 내용으로 이를 개정할 방침”이라며 “이르면 10월께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가 이처럼 조례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강남구 등 쓰레기소각장이 있는 자치구들이 다른 구의 생활폐기물을 받지 않음으로써 시설 가동률이 20%에 불과,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시는 특히 이 자치구들이 주민지원협의체가 받아들이기로 한 사항도 무리하게 반대하고, 타 구청까지 반대하도록 자극ㆍ선동함으로써 쓰레기대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시는 해당 자치구들이 2001년 시와 자치구, 주민지원협의체가 합의한 ‘쓰레기소각장에서 자치구의 쓰레기만 처리하고, 적자는 시가 감당한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는 가연성 쓰레기 양이 줄어드는 등 당시와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상렬 시 청소과장은 “시가 강남, 양천, 노원구 등 4곳에 총 3,781억원을 들여 건설한 시설을 일부 자치구가 독점 이용한다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의 극단적 모습”이라며 “서울시 22개 자치구가 세금을 걷어 자원회수시설이 있는 구청을 지원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강남자원회수시설에서만 30억원의 적자가 났으며, 3개 구 소각장 시설 인근주민에게 287억원을 난방비 지원 등 인센티브 성격으로 지출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에 따라 “서울시민의 공익을 위해 조례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남구는 이에 대해 “서울시가 소각장시설 건립을 서두르면서 주민들과 약속한 사항을 어기고 일방적으로 조례를 개정하는 것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시가 주민지원협의체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은 주민 몇 사람의 동의를 받아 강행하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주민지원협의체는 소각장 반경 300㎙ 내의 주민 대표로 구성돼 있으나 인접지역 주민들과 구민 전체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남구는 또 “최소한 소각장 가동에 따른 환경평가와 주민들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에 가동하든가, 아예 소각장시설을 강남구에 매각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1만1,000톤 가운데 2,000여톤을 소각처리할 수 있으나 1,300톤 정도가 수도권매립지에 묻히고 있는 실정”이라며 소각장 공동이용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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