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개 회사의 연쇄 영업정지 처분으로 부실 우려가 불거졌던 상호저축은행 업계의 ‘성적’이 예상외로 좋게 나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총 예금, 당기순이익이 급증하고 부실업체의 구조조정도 순조롭게 진행되어 상호저축은행 업계가 본격 회복기에 들어섰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전국 108개 상호저축은행(영업정지중인 한마음, 아림, 한중, 플러스 4개사 제외)의 2004년 회계연도(04.7.1~05.6.30) 당기순이익은 총 2,990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2003년 회계연도의 1,936억원에 비하면 54.4%(1,054억원) 증가한 것이다.
자산규모 3,000억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38개사의 당기순이익은 2,276억원으로 1개사 평균 60억원의 이익을 실현했고, 나머지 중ㆍ소 저축은행 70개사도 714억원(1개사 평균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흑자예상 저축은행은 93개사로 전년에 비해 8개사로 늘었고, 적자예상 저축은행도 지난해 15개사에서 9개사로 줄어들었다.
이와 더불어 수신규모도 커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저축은행의 총 예금은 34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이는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 20.7% 증가한 것이다.
부실 환부에 대한 처리도 신속한 편이다. 지난해 9월 영업정지됐던 업계 6위의 한마음상호저축은행은 최근 업계 4위인 솔로몬상호저축은행에 인수됐다. 지난해 연쇄적으로 영업정지됐던 아림, 한중, 플러스 상호저축은행도 청산보다는 회생에 무게를 둔 가교저축은행인 ‘예가람저축은행’으로 재편돼 조만간 본격 영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런 회복세는 저축은행의 보수적 운영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측은 “저축은행 업계가 과다경쟁을 자제해 수신(예금)금리가 지난해 7월말 5.46%에서 이 달 10일 현재 4.80% 인하됐다”며 “이를 통해 1,303억원의 이자비용이 감소돼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표적인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서민에 대한 대출을 회피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저축은행업계가 현재 부실우려가 높은 300만원 이하의 소액신용대출을 거의 하지 않음으로써 이에 대한 충당금 규모를 줄여 670억원의 이익증대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업계에서는 “건전성 여부와 관련 없이 동일인 여신(대출)한도가 80억원으로 묶여 있고, 지점 하나 내는 데도 규제가 너무 많다”며 “저축은행이 적극적인 영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서민의 금융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