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각) US여자오픈 최종라운드가 펼쳐진 미국 콜로라도주 체리힐스빌리지의 체리힐스골프장. 18번홀의 기적 같은 벙커 샷의 여운이 남아있는 듯 얼떨떨한 표정의 김주연(24ㆍKTF)은 막판까지 우승 다툼을 벌이던 모건 프리셀(17ㆍ미국)의 보기로 우승이 확정된 순간 북받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눈물에 녹아있는 좌절과 고통의 상처를 알지 못했다.
단돈 211달러의 불운이 일궈낸 인생 역전드라마였다. 프로야구 ‘도루왕’ 출신인 김일권씨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지 5년 만인 1998년 국가대표에 전격 발탁된 김주연. 그는 그 해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국내 아마추어 대회를 19개나 석권하면서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제2의 박세리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0년 10월 태평양을 건넌 김주연에게는 불행의 긴 터널이 기다리고 있었다. 빚을 내 투어 경비를 마련한 김주연과 캐디백을 맸던 아버지 김용진(49)씨. 값싼 렌터카로 대회 장소로 이동하면서 차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던 이들 부녀는 김주연이 카트에서 떨어져 왼쪽 손목 인대가 늘어나면서 첫해부터 시련을 맞았다.
한 해를 재활치료에 쏟은 뒤 2002년 푸처스투어에서 2승을 거둔 김주연은 LPGA 무대 입성을 앞두고 또 한번 좌절을 겪는다. 스폰서를 구하기 위해 한국 대회에 참가하느라 3개 투어대회를 건너 뛴 것이 화근이었다.
풀시드권 카드를 따내기 위해서는 상금 211달러가 더 필요했지만 김주연은 버디 하나를 보태지 못해 마지막 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다. 2004년 꿈의 LPGA 무대에 입성했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42위가 최고 성적. 김주연은 올해도 13개 대회 중 7개 대회에서 예선 탈락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했다.
4년 간 인내의 시간이 가져다 준 행운의 선물이었을까. 5월 칙필A채리티챔피언십에서 첫 톱10(7위)을 기록한 김주연은 이번 우승으로 단숨에 LPGA 무대의 화려한 신데렐라로 탄생했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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