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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DMZ까지- 평화와 통일 염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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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DMZ까지- 평화와 통일 염원전'

입력
200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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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부대 총기난사 사건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전후 세대가 사회의 중추로 선 시대이지만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치러야 하는 대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광복60주년을 맞아 서울 올림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은 냉전이데올로기의 산물인 분단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문화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 광복60주년기념 문화사업추진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이 전시의 작품들은 크게 베를린장벽전과 DMZ 대북심리전 장비를 이용한 것들로 나뉜다.

베를린장벽전은 프랑스의 SVO아트(대표 실베스터 베르제)가 구 동독 쪽 장벽을 각국의 작가들에게 제공, 자유와 평화의 상징물을 의뢰해 구성한 컬렉션이다. 1992년부터 세계 순회전시 중이며 아시아국가로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것이다. 지난해 세종문화회관, 2003년에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유치하려다 불발로 그쳤던 전시다. 한국에서도 임옥상 전수천 이반 윤석남 등 6명이 SVO아트가 기증한 6점의 베를린장벽 조각에 평화의 염원을 담아냈다.

임옥상씨의 ‘베를린에서 매향리까지’는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다. 장벽 조각에 매향리에서 수거된 실제 포탄을 박아넣고 ‘매향리는 행정적으로는 한국 땅, 실질적으로는 미국 땅, 가상적으로는 북한 땅이다’라는 문구를 휘갈겼다. 미군 사격장으로 피폐화한 매향리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의 현실인식이 직설법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영국작가 데이비드 매쉬는 폐허 속에서 스멀스멀 다시 장벽쌓기를 시도하는 자웅동체 괴물인간을 내세워 평화를 파괴하는 억압은 언제든 다시 태동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위대한 건축가’), 스위스작가 존 암레더는 탈냉전시대의 상징인 베를린장벽의 붕괴마저 상품화하는 자본주의를 냉소적으로 표현했다(‘블루밍데일의 장벽’).

DMZ 대북심리전 장비를 이용한 전시에는 ‘통일염원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지난 해 6월 첫 남북장성급회담이후 서부전선에서 철거된 대북심리 장비들을 재료로 활용, 백남준 최인선 이용백 강애란 장승효 박시동 등 20명이 작품을 만들었다.

박시동씨는 60년대에 실제 사용된 대북선전용 확성기와 만화 캐릭터 로보트 태권브이를 평화의 사도로 재탄생시킨 비디오설치작업(‘힘’)을 통해 무기가 사랑과 화해의 수단으로 변신하는 유쾌한 상상력을 보여준다. 강애란씨는 남북한의 어린이들이 체제선전용 웅변대회에 나간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 서로 번갈아가며 보여줌으로써 이데올로기의 허망함을 강조한다(‘프로젝트 가상공간 DMZ’).

이번 전시는 말로만 들었던 베를린장벽전을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라는 점과, 이에 대비해 분단의 우리 현실을 여러 각도에서 새삼 환기해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적지않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정부부처가 행사를 주관함으로써 문화적 축적물을 남기겠다는 애초의 방향이 실종되고 단지 명분위주의 일회성 행사로 그친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설치와 미디어 아트쪽으로 전시내용이 기운 점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8월21일까지의 서울전시가 끝나면 전주와 부산 순회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02)733-3961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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