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 금속 선물(先物)거래에서 8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된 삼성물산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대규모 손실 소식이 전해진 것은 24일. 삼성물산은 이날 공시를 통해 “홍콩 현지법인인 ‘삼성 홍콩’ 이 금속 영업과 관련한 선물거래로 8,000만달러(약 8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홍콩법인은 삼성물산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손실은 삼성물산 본사에 지분법평가손으로 고스란히 반영된다. 이에 따라 이날 삼성물산 주식은 전일 대비 10.6%나 급락했다.
선물거래란 매매 계약과 동시에 대상물의 인도와 대금 결제가 이뤄지는 현물거래와는 달리 미래의 일정 시점에 특정 대상물을 계약 체결 시 정한 가격으로 인수ㆍ도하기로 하는 거래를 말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반이 홍콩으로 떠난 상태”라며 “선물거래는 현물거래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하는 것임에도 이렇게 피해액이 커진 것은 일단 선물 거래 규정이나 기준을 어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투기적 거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이를 만회할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삼성물산 관계자는 “종합상사의 특성상 선물거래를 하지 않을 수도 없는데 선물거래를 하다 보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며 “옳고 그름의 잣대를 갖다 댈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큰 손해를 본 것을 만회하기 위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선물 거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겠지만 피해액은 회사 규모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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