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자골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US여자오픈(총상금 310만 달러)이 폭풍우에 휩싸여 있다. 탄생 60주년을 맞는 대회 역사상 최대 이변이 몰아칠 기세다.
26일(한국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 체리힐스빌리지의 체리힐스골프장(파71ㆍ6,749야드)에서 끝난 대회 3라운드. 전세계 언론들은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령한 10대 트리오에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다. US여자오픈 사상 초유의 틴에이저 챔피언 탄생을 예감하는 분위기다.
태풍의 핵은 단연 미셸 위(16). 둘째날 공동 2위로 주춤했던 미셸 위는 이날 1오버파 72타를 치면서 합계 1오버파 214타로 공동 선두에 복귀했다. 이날 미셸 위의 경기 중 압권은 539야드짜리 파5 5번홀이었다. 파4 2번홀과 4번홀 연속 보기에 마음이 상한 미셸 위는 작심한 듯 이 홀에서 처음으로 드라이버 샷을 꺼내 들었다. 300야드에 가까운 장타를 때린 미셸 위는 롱 아이언으로 가볍게 2온에 성공, 버디를 뽑아내는 괴력을 선보이면서 갤러리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미셸 위는 “꼭 우승할 것으로 믿는다”며 씩씩하게 말했다. 그 말이 현실이 된다면 세계 골프계를 발칵 뒤집어 놓을 대사건이다. 1998년 박세리(CJ)가 세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인 20세9개월7일을 5년이나 앞당기는 것은 물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최연소 우승 기록(1952년 말린 해지의 18세14일)도 갈아치우게 된다. 아마추어 선수로는 67년 우승한 미국의 캐더린 라코스테에 이어 두번째로 우승컵을 안게 된다.
미셸 위와 함께 공동 선두에 오른 모건 프리셀(17)과 1타차 추격전에 나선 ‘슈퍼 루키’ 폴라 크리머(19ㆍ이상 미국) 등 ‘그린쿠데타’를 꿈꾸는 10대 반란군의 기세도 만만찮다.
하지만 6개홀 연속 버디쇼의 신들린 감각으로 공동 선두로 치고 오른 카렌 스터플스(영국)의 상승세는 물론 선두에 5타차로 뒤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추격 또한 심상찮다. 특히 10년 전 생애 첫 우승을 이 대회에서 차지할 때도 멕 말론(미국)을 따돌리고 5타차 역전 우승을 차지한 소렌스탐은 “18홀이 더 남았다.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메이저 3연승의 의지를 불태웠다.
이와 함께 이날 2언더파 데일리베스트를 세우면서 공동 4위 그룹(합계 2오버파)에 포진한 김주연(KTF)과 조령아와 함께 3오버파 공동 7위의 김영(신세계) 등도 최종일 불꽃 튀는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둘째날 공동 9위까지 올랐던 박세리는 10타를 까먹으면서 공동 56위(13오버파)로 밀려났다.
김병주 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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