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과 분산은 반대 개념을 갖고 있지만 그 속에는 효율이라는 공통분모가 숨어 있다.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판이하지만 추구하는 목적은 같은 효율이다.
강가에 마을이 형성되고, 마을이 소읍으로 커지고, 대도시로 성장하는 것은 집중의 효율을 따른 결과다. 도시가 안고 있는 온갖 문제와 폐해에도 불구하고 거대 도시들이 사라지기는커녕 늘어나는 것은 아직은 집중의 효율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다. 4대강 유역이 세계 문명의 발상지가 된 까닭도 집중의 효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집중의 효율이 한계에 도달해 오히려 폐해가 더 많아지면서 분산의 효율이 다시 조명 받게 된다. 집중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분산의 효율을 좇게 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인류의 역사는 더 나은 효율을 좇은 집중과 분산의 반복과정인지도 모른다.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이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본질은 바로 집중과 분산의 효율을 따지는 문제다. 집중의 비효율과 폐해를 분산의 효율로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다.
-방향은 달라도 공동분모는 효율
안타깝게도 집중과 분산의 효율을 정확히 산출해낼 수 없다. 정부는 분산의 효력에 신념을 갖고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이나 공기업 지방 분산이 소기의 효력을 발휘할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행정중심도시 건설로 수도권의 집중효과를 저하시켜 이 지역이 갖는 경쟁력을 떨어뜨리거나, 공기업 이전으로 공기업 자체의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이 16개 시도의 균형발전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는 이런 회의적 시각을 잘 보여준다. 행정중심도시 건설에 대해서는 54.3%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정책방향이 제대로 결정되었는가라는 질문에 37.8%만 ‘그렇다’고 답한 반면, 62.2%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공공기관 이전이 국토균형발전에 기여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69.6%가 ‘기여할 것’이라고, 30.4%는 ‘기여하지 않을 것’으로 답했다.
진통을 거듭한 끝에 지방이전 대상 176개 공기업의 배치계획이 확정됐다. 정부는 올해 중 입지를 선정하고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 이전지역에 혁신도시를 건설해 2012년까지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인데, 벌써 일부 지자체와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 후폭풍이 심상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분산의 효율을 강조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와중에 정부는 수도권발전대책이라는 또 다른 집중정책을 마련중이다. 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의 이론적 토대가 된 수도권집중 완화,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대전제를 무색케 함은 물론이다.
한 정부 내에서 이런 모순된 정책이 나오는 것은 집중과 분산의 효율을 따지기보다는 정치적 저의를 배제하지 못한 때문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불균형과 양극화 현상은 개선을 요하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집중과 분산의 효율을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과연 좁은 땅덩어리에서 수도권 등 일부 대도시에 몰려 있는 것을 흩어놓는다고 불균형과 양극화가 효과적으로 해소될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오히려 집중화에 의한 효율을 저하시키지 않을까 하는 소리가 들린다.
수도권 첨단업종 공장 신증설을 둘러싼 정부와 경기도와의 마찰, 그리고 비수도권지역의 반발 등도 집중과 분산의 효율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빚어진 것이다.
-행정도시ㆍ공기업 분산 신중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사에서 “공동체적 통합을 이루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라며 이를 위해 행정중심 복합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 수도권문제 해결 등 지역균형 개발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의욕은 좋지만 집중과 분산의 효율을 냉정히 따질 필요가 있다. 동북아 금융 허브, 물류 중심지, 첨단산업 육성 등의 국가 발전전략이 바로 집중의 효율을 따지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방민준 논설위원실장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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