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이 하도 안 좋아서….”, “언론이 안 도와주니….”
국회 정치개혁특위 마지막 날인 24일 전체회의에 참석하던 여야 의원들의 푸념이다. 선관위를 통한 기탁금 형식으로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을 사실상 허용하려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자 이를 철회하면서 한 얘기들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취지로 지난해 총선 직전에 기업체 등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게 ‘절대선’일 수는 없다. 현실적 필요가 있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당연히 허용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전제가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정치자금 회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후원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편법을 택했다. “반개혁으로 매도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법인ㆍ단체의 기부 금지조항은 유지하되 선관위에 기탁금을 낼 수 있는 주체에 법인ㆍ단체를 포함시키자고 합의했던 것이다.
또 교섭단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행 국고보조금 배분방식을 적용키로 했다. 반면 정치자금 내역의 상시공개와 선관위의 계좌확인권 요구는 거부했다. 챙길 것만 챙긴 것이다. 이러니 여론이 좋을 리가 없다.
정개특위는 지난해 9월 “다음 총선이 임박해 졸속으로 정치관계법을 개정하지 않도록 정치권부터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며 출범했다. 하지만 선거구제도 개편, 의원정수 조정, 비례대표 확대 등 자기 ‘밥그릇’이 걸린 문제는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기업체 정치자금의 선관위 기탁을 여론에 살짝 흘려놓고 막바지에 철회했으니…너무도 속 보이는 꼼수가 아닌가 싶다.
양정대 정치부기자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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