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보도문 12개항은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이후 최대 규모의 남북간 공식 합의다. 특히 지난해 7월 이후 정체됐던 남북관계도 이번 회담을 계기로 완전 정상화했다는 점도 의미있다. ‘제 2의 6ㆍ15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남북은 특히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할 군사회담과 경제협력 활성화를 위한 10차 경제협력추진위, 어업 및 농업회담 개최에 합의했고 사회문화분야 교류협력의 폭도 넓혔다. 장관급회담의 정례화도 의미 있다.
장관급 회담 정례화
남측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남북대화가 가다 서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남북대화의 정례화를 강조해왔다. 이번 회담 기조발언에서도 정 장관은 “장관급 회담을 매 분기 1회씩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남북은 다음 번 회담(16차)을 9월13일부터 백두산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하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17차 회담의 12월 중 서울 개최도 보도문에 포함시켰다. 이로써 3개월 간격으로 장관급 회담이 개최되게 됐다.
경제협력 확대
남북은 다음달 9일 서울에서 10차 경추위 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6월 9차 경추위 이후 1년 동안 멈춰있던 남북간 경협의 논의 틀이 재가동되는 것이다.
향후 경추위에서는 개성공단 내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개설,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경의선 도로 개통식 및 철도 시험운행 문제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북측이 요청한 40만톤 규모의 식량차관 지원문제도 논의키로 했다.
남북은 또 농업 및 어업 협력을 위한 새로운 회담기구도 구성키로 했다. 경추위 산하에 수산협력실무협의회를 두기로 했고 차관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농업협력위원회도 만들었다.
수산회담에서는 서해상 남북 공동어로구역 설정 문제, 제3국 불법어로 행위 공동 단속 등이 논의되고, 농업회담에서는 북한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 및 자재 지원이 논의된다.
사회문화 교류
광복 60주년을 계기로 남북은 활발한 사회문화 교류에 나선다. 특히 일본과 관련된 남북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을사조약 원천무효를 공동으로 선언했고, 북관대첩비 반환도 일본에 요구키로 했다.
안중근의사 유해 공동발굴도 협력키로 했다. 정부는 남북이 공동으로 광복 60주년을 기념함으로써 민족동질감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8ㆍ15 남북공동행사에 북측 당국대표단을 파견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7월 중 개성에서 갖기로 했다. 비중있는 인사로 구성될 북측 당국대표단은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서울을 방문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장성급회담 개최
6월17일 면담에서 김정일 위원장은 3차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회담 초반부터 장성급 회담 개최를 적극 제안하는 등 과거에 비해 남북 군사협력에 대한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남북은 북측이 군부와의 협의를 이유로 회담 개최일정 확정에 난색을 표해 백두산에서 개최한다는 정도만 일단 합의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뜻이 확고한 만큼 실무접촉을 통해 7~8월 중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지난해 6월 2차 장성급 회담에서 합의된 서해상 무력충돌 방지와 군사분계선 인근 선전 방송시설 철거 등을 다시 논의한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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