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이렇게 발전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6ㆍ25 발발 55주년을 앞두고 20일 경기 용인시 초청으로 동료 터키 참전용사 14명과 함께 방한한 뮈크레민 에누란(74)씨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22일 오전 용인 에버랜드 관광에 나선 에누란씨는 “1950년 7월 5,000여 명 터키군의 일원으로 배를 타고 한국에 왔다”며 “한국은 폐허 그 자체였고 먹을 것조차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한국인은 키가 우리보다 한 뼘 정도는 작았다”면서 “한국이 몰라보게 발전한 것은 물론 한국인의 키도 훨씬 커졌다. 지금은 우리보다도 큰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51년 귀국한 뒤 지금까지 한국을 잊어본 적이 없다”면서 “터키 내 한국전 참전 용사들이 수시로 만나 전쟁 당시를 회고하며 얘기를 나눈다”고 밝혔다.
당시 에누란씨 소속 보병부대는 용인 김량장리에서 중공군을 만나 치열한 전투 끝에 승리했다. 에누란씨는 “우리나라에서는 죽음을 신성하게 여겨 참전을 위해 터키를 떠날 때 큰 두려움은 없었다”며 “그러나 전투 중 바로 옆에서 동료 병사가 죽어갈 때는 겁이 났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진흙탕을 뛰어다니면서도 90일 동안 전투화를 벗지 못해 양말이 썩기까지 했다”며 “그러나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사명감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에누란씨는 “극히 일부이겠지만 최근 한국에서 젊은이의 병역기피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남의 나라 일에 뭐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월드컵 때 한국과 터키의 3ㆍ4위전을 보며 양쪽을 다 응원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용인시와 자매결연을 한 터키 카이세리시에 거주하는 에누란씨는 판문점과 삼성전자 등을 돌아본 뒤 25일 출국한다.
이범구기자 goguma@hk.co.krㆍ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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