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을 마무리지은 한국 정부의 북핵 기상도는 노심초사와 안도감이라는 상반된 전선(前線) 사이에 놓여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월 6자회담 복귀 용의’ 표명 이후 북미 양쪽에서 악재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면담을 통해 북핵 국면을 주도하는 데 대해서는 안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부는 2월10일 북한의 6자회담 불참 선언 이후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무대 뒤편으로 밀려나 있었다. 올 3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방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미국의 반대로 좌절됐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고비 때마다 김정일 정권의 비민주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이 달 11일 한미정상회담의 북핵 평화적 해결원칙 확인, 17일 정_김 면담, 23일의 남북장관급 회담을 거치며 한국은 북미 사이에서 실질적인 중재자로 부상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이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말을 한 달만 하지 않으면 발언 철회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입장 발표가 나온 직후 정부는 미국의 협조를 약속 받아냈다. 또 장관급 회담을 통해서는 6자회담 재개 후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북측의 다짐을 받았다.
외교부 관계자는 “어느 때보다도 상황관리가 중요한 때인데 현재 우리가 주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정부가 주도적 역할론을 언급했지만 이제야 현실화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이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한미 양국이 공유하는 게 중요하며 그럴 경우 우리의 주도적 역할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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