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원유가가 사상 처음 배럴당 60달러를 돌파,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내수부진과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중인 산업계는 고유가 행진이 물가 불안과 수출 위축, 채산성 악화, 투자여력 감소 등으로 이어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며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나섰다.
24일 산업자원부와 재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경제 전망 때 국제 유가를 우리나라 원유 도입량의 80%에 달하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33~35달러로 잡았으나 6월 들어 5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23일 현재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60.06달러, 두바이유는 52.05달러에 마감됐다.
정부는 이에 따라 16일 국제유가전문가회의를 열어 배럴당 45~50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중동지역 불안요인이 구체화할 경우 배럴당 5~10달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두바이유가 올해 평균 배럴당 50달러를 유지할 경우 지난해보다 약 50%가량 인상되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유가로 인해 올해 경제성장률 4% 달성도 힘들어 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경제성장률은 0.15%포인트 감소하는 반면 소비자물가는 0.15%포인트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무역수지는 약 10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며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항공유 1달러 상승시 연간 26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대한항공은 미주 등 10개 노선에 한해 시행해 온 유류할증제를 다음달부터 전 노선으로 확대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유류할증제 확대와 함께 △최적 경제항로 선택 △점심시간 사무실 일괄소등 △신문 탑재량 조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다음달부터 화물운임에 101달러의 유가할증료(20피트 컨테이너 기준)를 붙이기로 하고 선박들이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싱가포르와 함부르크 등에서 급유토록 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도 유가 상승이 소비 심리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유통업계는 야간 외부조명 자제, 적정 실내온도 유지 등 에너지 절약 운동을 펴고 있다.
정부는 그러나 석유수급 상황에 문제가 없는 만큼 별다른 대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고유가 행진에도 불구, 국내 석유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승용차10부제, 비축유 방출, 승강기 격층운행 등 강제적 에너지 소비 억제책은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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