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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와 사람 더불어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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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와 사람 더불어 살아요"

입력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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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두꺼비의 멸종 속도는 지구상에서 갑자기 사라진 공룡과 같다.” 세계적 자연보호단체 ‘네이처 서브’는 최근 2005년 양서류 보고서 ‘사라지는 보석들’에서 “양서류의 멸종은 생태계 먹이사슬의 파괴를 의미한다”며 그것을 공룡의 멸종에 비유한 에콰도르 학자 루이스 콜로마의 말을 인용했다.

한국의 도시 한복판에 사람과 멸종 위기에 있는 두꺼비가 함께 사는 생태도시가 건설된다.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역본부(본부장 김두석)는 청주시 산남 3지구 내 두꺼비 산란지인 ‘원흥이 방죽’을 생태공원으로 보존하기 위해 충북대 건설기술연구소, 홍익기술단과 각각 학술 및 실시설계 용역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토공은 1만1,000여평 규모의 생태공원을 세부계획안이 나오는대로 10월께 착공, 내년 두꺼비 산란 전에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산란기 때면 두꺼비들 500~700㎙ 대이동

산남 3지구 내 원흥이 방죽은 인근 구룡산에 서식하고 있는 두꺼비들의 집단 산란지. 봄이 되면 겨울잠에서 깨어난 두꺼비들이 500~700㎙를 구룡산으로부터 ‘대이동’해 방죽에 와서 알을 낳는다. 원흥이 방죽에서 두꺼비 떼가 발견된 것은 이 일대 33만평에 공동ㆍ단독주택 6,000세대를 짓기 위한 택지개발 토목공사를 눈앞에 둔 2003년 봄이다. 시민ㆍ환경단체들은 즉각 보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때부터 원흥이 방죽의 보존 방안을 놓고 토공과 시민ㆍ환경단체 사이에 고소, 고발 등 법정까지 가는 마찰이 이어지다 1년 6개월여만인 지난해 11월 극적인 타협이 이뤄졌다. 양측은 두꺼비의 이동통로와 대체 서식지 확보를 주내용으로하는 생태공원 조성안에 합의했다.

원흥이 방죽이 두꺼비들의 산란지이고 여기에 생태공원이 조성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특히 매년 3~4월 산란기에는 두꺼비떼와 새끼들을 관찰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했다.

두꺼비 이동 통로에 터널도 만들어

원흥이 방죽과 구룡산 자락 사이에는 두꺼비들이 산란기에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생태 통로가 조성될 예정이다.

세 방향으로 설치될 이동 통로는 폭 26~56㎙, 평균 길이 700㎙ 규모. 개구리와 달리 산란을 할 때 물의 냄새를 좇아 습지를 찾는 두꺼비의 특성을 고려해 수초가 많고 물이 흐르는 실개천 형태로 꾸며진다. 특히 방죽과 이동통로 사이 4차선 도로가 지나는 구간은 폭 30㎙의 대형 터널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토공은 채광이 잘 되도록 터널 높이도 6㎙까지 높일 방침이다.

구룡산 아래에는 이동 경로를 찾지 못해 우왕좌왕할지도 모를 두꺼비들을 위해 원흥이 방죽 크기와 같은 대체 습지 1~2곳도 만들기로 했다.

원흥이 방죽은 원형대로 보존

원흥이 방죽은 원형 그대로 보존될 전망이다. 하지만 수질이 3급수로 크게 오염돼 수질개선 방안이 추진하고 있다. 토공은 현재 폐하천이나 다름없는 산남 소하천(1.5㎞)을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린 뒤 원흥이 방죽과 연결, 오염된 물도 살리고 방죽의 수량도 항상 일정하게 유지토록 할 계획이다. 방죽 옆에는 원흥이 마을의 역사와 전통, 문화, 생태변화 등과 관련된 자료를 전시한 생태문화관도 건립된다.

2007년 봄부터 본격 입주가 시작되는 청주시 산남 3지구 2만여명의 주민들은 지구 한가운데 두꺼비들이 서식하고 산란하는 생태공원을 가지게 된다. 토공 충북본부 개발사업팀 오병숙 차장은 “두꺼비들이 이동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산란기인 내년 3월 이전에 공사를 마무리짓겠다“며 “생태공원으로 거듭나는 원흥이 방죽은 아파트와 빌딩숲 속에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의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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