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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Tong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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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Tong Kim

입력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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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하나를 습득하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된다는 말이 있다. 다른 나라를 알고 그 문화와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차이가 그렇지 못한 경우와 얼마나 큰지를 뜻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외국 말을 통역이나 번역의 형태로 완벽하게 전달하는 일은 또 다른 능력이다. 번역은 아무리 잘해도 원작과 같을 수가 없어 이탈리아에는 ‘번역자는 곧 반역자’라는 속담도 있다고 한다.

번역을 제2의 창작이라고 하고, 번역문학상이 따로 있는 것도 그래서 일 것이다. 원작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는 번역은 원작과 동등하거나, 원작 이상의 문학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문학계는 말한다.

■글로 옮기는 번역과는 다르지만, 통역 역시 화자(話者)의 뜻을 고스란히 옮기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학실력은 물론이고, 내용에 따른 전문성과 극도의 집중력, 분위기와 감정을 파악하는 순발력까지 겸비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통역을 할 수 없다.

국제회의에서 전문통역사가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1919년 제1차 세계대전의 전후처리를 논의한 파리 강화회의 때 가 처음으로 순차통역으로 회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동시통역은 1947년 유엔에서 공식 채택됐다.

■지난 주 미 국무부의 한국어 외교통역관이었던 통 킴(Tong Kim)씨가 17년간의 공직을 마치고 은퇴했다는 보도가 흥미로웠다. 그가 한국인 최초의 미 정부 공식 통역관이었다는 사실도 기록될 만 하지만 그보다도 그의 인생역정이 불러 일으키는 인간적 관심이 더 컸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김동현이라는 이름으로 대학과 병역을 마쳤다. 36세나 돼 미국에 건너가 명문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았고, 정상회담 통역을 전담하기까지 자기 분야를 완성한 사람이다. 학문과 지성도 갖추었으니 통역도 우수했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동시에, 제대로 알지 못하면 담당할 수 없는 일평생의 일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씨에게 존경과 찬사를 보내고 싶다.

■김씨는 한국 민간인들에게도 유명하다. 미 정부 초청으로 미국 방문 프로그램을 경험해 본 사람들 중 전담 통역을 해 준 김씨를 훈훈한 인상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잰 체 하지 않고, 소탈하면서 유머러스한 김씨와 몇 주 간 함께 지내다 보면 그와 가까워지지 않을 수 없다고들 한다. 미국 공무원이면서도 한국인들이 미국을 보고 대하는 시각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평도 따른다. 미국 대통령 4명, 한국 대통령 5명의 정상회담 통역을 탈 없이 ‘완수’한 김씨에게 한국 정부도 감사장 정도는 줘도 될 것 같다.

조재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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