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은 무려 12개항에 합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사안들이 빠졌고, 예상치 못했던 사안이 합의되는가 하면, 애매한 합의도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장성급 군사회담 일정 못잡아 - 김정일 약속한 바 있어 열릴듯
3차 장성급 군사회담의 백두산개최 합의는 남북의 공동보도문에 다르게 표현됐다. 남측 보도문에는 “장성급 군사회담 날짜는 쌍방 군사당국이 직접 정하기로 했다”고 돼있지만, 북측 보도문에는 “쌍방 군사당국에 건의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북측이 ‘건의’라는 약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북측 군부가 거부하면 회담 개최 자체가 물 건너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은 다르다. 북 체제 특성상 군사 문제는 군부가 직접 결정하도록 돼 있어 북측 대표단이 ‘건의’라는 표현을 썼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약속, 그 동안의 관행으로 볼 때 이는 개최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北 선박 제주해협 통과 결정 - 尹국방 등에 물어보고 허용
북측 대표단은 22일 첫 전체회의에서 북측 민간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문제를 제기했다. 2001년 6월 북측 상선 3척이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하면서 이 문제가 제기된 뒤 북측은 그 동안 해상운송 비용절감 등을 내세우며 통과 허용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국방부 등이 ‘국가안보상 문제’ 등을 내세워 반대,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전체회의 이후 북측이 계속 제주해협 통과 문제를 제기하자 정 장관은 직접 윤광웅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 윤 장관은 제주해협은 제3국 선박에게도 ‘무해통항권’이 인정되는 지역인 만큼 북측 상선에 대해서도 동등한 권리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정 장관은 또 “사전에 통고절차를 거친 상선은 이 항로를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국제법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했다. 결국 정 장관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비료 추가지원 왜 빠졌나 - 퍼주기 논란 우려… 일단 보류
북측은 회담 직전 적십자사를 통해 비료 15만톤 추가 지원을 요청했다. 북측은 또 회담 기간 중 이 문제를 수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남측은 비료 지원문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식량 지원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정부 입장에서는 비료 지원까지 거론되는 것이 ‘퍼주기 논란’을 불러일으킬까 걱정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결국 정부는 8월 중 개최키로 한 6차 적십자회담에서 비료지원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비료 추가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대를 모았던 서울-평양간 직선 항공로 개설문제도 결국 공동보도문에서 빠졌다. 정동영-김정일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육로 상공을 통한 남북 직항로 필요성’을 언급했고, 남측도 기조발언에서 이 문제를 강조했지만 진전이 없었다. 정부 당국자는 24일 “의제가 너무 많았고 기술적 문제도 있어 이번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회담 뒷얘기/ 반북시위에 鄭통일 "우리사회는 원래 그렇다"
정동영 장관은 이날 “북측에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제안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북측은 “제안은 좋은데 검토할 준비가 안 됐다”며 다음에 논의하자는 뜻을 밝혔다. 정 장관은 “황우석 교수와 친구 사이인데 이런 이야기를 전했더니 좋아하더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핵 문제는 이미 김 위원장이 다 밝혔는데 장관급 회담 대표가 그 이상의 발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도문에서 뺄 생각도 있었다”며 “하지만 우리 언론과 국제사회를 생각해 넣기로 했고 북측도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회담 첫날 반북시위 후 도착한 북측 권호웅 대표단장에게 했던 귀엣말에 대해 “올 때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마음을 풀라, 우리 사회는 그렇다’는 식의 이야기였다”고 공개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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