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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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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산책

입력
200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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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이라는 책으로 근대 환경주의에 불을 지핀 사상가로 익히 알려져 있는 소로의 마지막 에세이와 일기를 묶은 ‘산책’은 정갈하면서도 따뜻한 책이다.

자신을 직업적인 산책가라고 말할 정도로 산책을 일상으로 즐겼던 소로의 산책론이라고 할 이 책에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색, 자연주의적인 삶의 의미, 문명에 대한 그의 철학이 소박한 글에 농축되어 있다.

첫 글 ‘산책’은 그가 거친 천에 물 빠진 갈색 모자를 쓰고 ‘세상사에서 완전히 벗어나 하루에 적어도 네 시간씩 숲과 언덕과 들판을 한가하게’ 거니는 이유, 거기서 느끼고 발견한 것들을 들려준다.

생명의 법칙과 속성, 야성의 냄새, 대지의 소리가 그의 삶으로 스며드는 과정이다. ‘인디언을 개화시키는 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개화가 곧 그들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중하게 독립을 지키고 초연한 자세로 오묘한 숲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인디언은 자연의 신들과 교류를 이어간다.’

이어지는 일기 모음 ‘야생의 대지’는 살아 있는 유기체인 땅과 흙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내 마음 속에 담겨 있는 꼭 그만큼의 자연이 나의 집이다. …더위와 추위, 자연의 음향과 침묵에 공명하여 들판에 나가 있을 때 나의 주변을 감도는 그 평정과 차분함을 함께 나눈다면, 바로 그곳이 나의 집이 된다.’

책에서 가장 가슴 뭉클한 대목들은 심오한 자연주의 사상이나 환경 파괴를 질타할 때가 아니다. ‘근처 이웃집에 와 있다. 망원경으로 달이 움직이는 모습을 조용히 관찰하고 있는 나를 개구리들이 줄곧 곁에서 엿보고 있다.

어느 응접실에서 손풍금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달이 인간 세상의 대기 속을 떠다니고 있음이 확실하다.’(1841년 6월 2일 일기) 진정으로 자연과 하나 되어 살려고 했던 자연주의자의 실루엣이 또렷하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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