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염소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것도 목숨까지 내어주는 우정 말이다. 도저히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래서 더 마음 아프고 아름다운 그런 일이 일본 그림동화 ‘가부와 메이 이야기’에 담겨 있다.
가부는 염소 고기를 제일 좋아하는 늑대이고 메이는 늑대를 가장 싫어하는 염소다. 어느 폭풍우 치는 밤, 가부와 메이가 한 오두막에서 비바람을 피하게 된다. 하도 캄캄해서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둘은 친구가 된다. 환한 날 다시 만났을 때 서로 깜짝 놀라지만, 이미 둘은 마음으로 통한 친구 사이다.
둘은 다른 염소들, 늑대들의 눈을 피해 비밀스런 친구로 지낸다. 아슬아슬한 위기, 불안한 긴장, 힘겨운 시련을 견디며 이어가던 가부와 메이의 우정은 끝내 아주 슬프게 끝난다.
동료들한테 들켜 ?기게 되자 가부는 메이를 살리려고 자신을 희생한다. 메이를 만난 뒤로 더 이상 염소 고기를 먹지 않았지만, 메이를 볼 때조차 ‘맛있겠다’ 하고 입맛을 다시면서도 억지로 꾹꾹 참던 가부가. 지쳐 쓰러진 가부에게 ‘목숨은 끝이 있지만 우리의 우정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나를 잡아먹으라’고 한 메이를 위해.
가부와 메이가 우정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이 찡하다. 메이를 구하기 위해 늑대들에게 달려든 가부가 눈사태 속에 사라진 뒤, 홀로 남은 메이가 가부가 죽은 줄도 모르고 외쳐 부르는 마지막 장면은 눈물겹다.
이 이야기는 제 1권 ‘어느 폭풍우 치는 밤에’부터 제 6권 ‘안녕, 가부’까지 6권으로 된 시리즈다. 한 권을 읽고 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조바심이 난다. 그림도 재미있고 멋있다. 험상궂어 보이지만 익살스런 늑대 가부, 귀엽지만 좀 얌체 같기도 한 염소 메이의 표정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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