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현대사 다큐멘터리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26일 방송 100회를 맞는다. 다큐 시리즈를, 그것도 충격과 논란이 뒤따르는 민감한 내용을 7년에 걸쳐 100회까지 끌어온 것은 방송사(史)에 기록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 기록은, 김환균 책임PD의 소회처럼 “그만큼 우리 현대사가 불행했다”는 걸 새삼 확인시켜주는 것이기도 하다.
1999년 9월12일 ‘제주 4ㆍ3’편으로 문을 연 ‘이제는…’은 제목 그대로 관련자들의 ‘입’을 빌려 숨겨진 진실을 들춰내고 희생자들에게 ‘신원(伸寃)’의 마당을 열어주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99회 방송 가운데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미국’ 문제로, ‘섹스 동맹-기지촌’을 비롯해 다양한 각도에서 한미관계의 뿌리 캐기를 시도했다.
시기별로는 ‘박정희와 핵개발’ ‘육영수와 문세광’ ‘정인숙 피살사건’ 등 박정희 시대를 다룬 것이 33편으로 가장 많았다. ‘실미도 특수부대’ ‘보도 연맹 2부작’이 1,000만 관객 시대를 연 영화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비극의 현대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도 했다.
26일 100회 특집 방송에서는 7년간의 대장정을 되돌아보고, 북파공작원, 베트남전 실종자 문제 등의 방송 이후 파장과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과제를 짚어본다.
제작진은 또 30일 오후 3시 MBC 방송센터 10층 대회의실에서 100회 기념 좌담회를 연다. 안병욱 가톨릭대 교수의 사회로, 사학자와 언론학자, 제작진, 시청자들이 모여 친일청산과 민족문제, 한국전쟁과 한미관계, 국가폭력 등을 주제로 토론한다.
‘이제는…’는 100회 특집을 끝으로 올해 방송을 마감한다. 내년 이후 같은 간판으로 시리즈를 이어갈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환균 PD는 “현대사 문제는 충분히 다뤘다고 생각한다”면서 “근대사로 거슬러 올라가거나, 그간의 성과를 토대로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시도하는 등 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