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변호사업을 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하자 변호사인 여야 국회의원이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평소에 개혁이니 혁신이니 진보니 하며 핏대를 올리던 의원들까지 가세하고 있으니 ‘말 따로 행동 따로’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이는 반대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국회의원의 겸직조항을 전면 쇄신하고 변호사업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이는 변호사라는 직업이 소득을 많이 올리는 직업이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겸직금지의 법리에 따를 때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개혁이니 진보니 할 것까지 없이 헌법의 법치주의에 충실하면 당연히 변호사를 그만두고 의원직에 몰두해야 할 일이다.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에게 광범하게 겸직을 허용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겸직을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활동 중립성 훼손 우려
국회의원이란 국리민복과 공공복리를 실현하기 위한 국민 전체의 대표자이고, 입법이나 의정활동에서 공공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므로 특수 이익이나 사익에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이 영리적 직업을 가지거나 다른 직을 가지면 입법에서 공정할 수 없고,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이해관계가 생기게 되어 입법이 계급입법이 되고, 결국 국가의 공공성과 계급적 중립성도 침해된다.
먼저 국회의원은 장관 등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있게 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의 대통령제와 부합하지 않는다. 이 결과 국회의 대행정부 통제기능과 대통령에 대한 견제기능이 약화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이 강화된다. 대통령제에 합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원정부제인 프랑스에서도 이런 겸직이 금지되어 있고 네덜란드, 스웨덴, 벨기에와 같이 의원내각제를 취하는 나라조차 이런 겸직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에게 겸직을 광범하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임위원회에서 안건과 직접 이해관계를 가지는 의원이 안건을 다루게 되어 공정한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호사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개혁법안을 변호사인 의원들이 다루는 한 개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립학교법, 환경관계법, 기업관계법, 노동관계법 등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법치주의의 핵심 내용을 이루는 ‘이해관계 충돌(conflict of interest)의 회피’라는 법리에 충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해관계 충돌의 회피란 어떤 것이든 공공성과 공정성이 유지되려면 그 일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가 이를 처리하거나 결정하는 것을 피하여야 한다는 법리이다.
겸직허용의 근거로 의정활동에서의 전문성을 들고 있으나, 의정활동에서의 전문성은 국회지원기구, 청문회ㆍ공청회, 전문가의 의견 청취 등을 통하여 확보할 수 있고, 의원의 과거 경력으로 충족되므로 굳이 현직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국가정책결정에서의 공정성과 이해관계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에게 모든 영리목적의 직을 금지하는 것이 타당하다. 국회의원이 받는 금액의 다과에 관계없이 기업, 노동조합, 단체에 속한 직의 겸직은 금지하여야 한다.
-모든 영리목적織 금지해야
의원의 겸직금지의 법리에 의할 때, 국회의원에게 영리적인 직업을 가지는 것을 금지해야 하고, 사회단체, 시민단체, 공공단체 등 입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비영리직도 원칙적으로 겸직을 금지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다른 직업과 차별하여 변호사업만 놓고 다툴 것이 아니라 국회법의 겸직조항을 전면 개혁하여 의원의 겸직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할 것이다. 개혁을 하려면 좌표를 분명히 하고 제대로 하기 바란다.
정종섭 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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