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내내 이어진 무더위. 여름의 시작이라기 보다는 이상 기후로 접어 두고만 싶다. 하지만 이제는 좋건 싫건 여름이다. 서서히 휴가 계획을 마련할 때다. 더위에 내몰리듯 마구잡이로 떠날 수는 없다.
준비가 철저할수록 여행은 즐거운 법. 바다, 섬, 휴양림, 계곡 등 국내의 가 볼만한 피서지를 두루 소개하는 것으로 여름 계획에 동참하고자 한다. 해외 여행으로는 평소 접하기 힘든 이색 지대들을 모았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나라 바깥 여행이 여의치 못 한 분들도 일별해 보시길.
바다에 가지 않고도 물놀이 재미를 만끽하고 싶어 하는 바라는 사람들을 위한 워터 파크도 제철을 만났다. 여름의 꽃, 비키니 수영복도 드디어 제철을 만났다. 내친김에 올해 유행할 비키니 수영복에 대해서도 알아 보자./편집자주
♡ 해수욕장
여름 휴가지 선호도 0순위는 역시 해수욕장이다. 성수기 때는 정도의 차이일 뿐, 전국의 모든 바다가 인파로 넘쳐 난다. 그래도 잘만 찾으면 한적한 해변이 없지 않다. 유명 해수욕장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곳을 찾아 나서보자.
▲ 동해안권
피서철 가뜩이나 붐비는 동해안이 올해는 더욱 바쁘게 생겼다. 지난 해 연말 동해 고속 도로의 강릉 – 동해 구간이 왕복 4차 노선으로 확장 개통된 때문이다. 강원 남부권이 최대의 수혜자라 할만 하다.
우선 북쪽부터 훑는다. 양양군의 현남면에는 동산, 죽도, 인구, 광진리, 남애 등 5개의 해수욕장이 줄 지어 있다. 군사 지역이라 7월초까지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는 탓에 상대적으로 인적이 드문 편. 동산과 남애 해수욕장이 특히 추천할 만하다.
동해 고속도로 개통으로 가장 신바람 나는 데가 동해시의 망상 해수욕장. 북으로 기곡, 남으로 노봉 해수욕장과 연결돼 있어 웬만한 인파에도 혼잡함을 느낄 수 없다. 2001년부터 들어선 오토 캠핑장은 올 여름 가장 인기 있는 숙박 시설이 될 것 같다. 텐트촌, 캠핑카, 방갈로형 콘도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이 바닷가를 따라 늘어서 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인 데다 동해시에서 직접 관리하는 덕에 바가지 요금 걱정도 없다. 단, 방잡기가 어려운 것이 흠. 7월 예약분이 6월 1일 개장한 지 10분만에 모두 완료됐을 정도다. 8월 예약은 7월 1일 자정에 인터넷 홈페이지(www.campingkorea.or.kr)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서울 기준으로 볼 때 강원 지역에서 가장 오지로 분류되던 삼척도 가까워졌다. 동해 고속 도로 종점에서 10㎞만 달리면 삼척 - 근덕간 자동차 전용 도로와 연결되기 때문. 전용 도로가 끝나면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가 이어진다. 해안 도로에서 바라보는 용화, 장호 해수욕장의 풍광은 동해안을 통틀어 가히 최상급이다.
▲ 남해안권
동해안 해수욕장의 단점은 입수 기간이 짧다는 사실. 8월 10일 전후로 북태평양의 한류가 동해로 유입, 수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 시기에는 바닷속에 10분이상 몸을 담그기 힘들 정도. 남해안이 상대적으로 돋보이는 대목이다.열대 난류가 북상, 따뜻한 여름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
남해의 끝인 부산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은 전국의 수 많은 해수욕장 인파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곳. 해운대의 북쪽에 위치한 기장 해수욕장이 그나마 인적이 뜸한 편이다. 부산의 서쪽인 다대포 해수욕장은 해수욕보다는 폭 300m에 달하는 드넓은 백사장에서 즐기는 갯벌체험이 제격이다.
거제의 상징은 검은 자갈 혹은 먹돌로 불리는 몽돌이다. 그 이름을 딴 학동 몽돌 해수욕장이 유명하지만, 한적한 곳을 원한다면 여차 몽도 해수욕장도 좋다. 대ㆍ소병대도의 장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거제시청 관광진흥과(055)639-3253. 남해의 상주, 송정 해수욕장은 남해안에서 가장 맑은 푸른 물빛을 가진 곳. 은빛 백사장 뒤로 300년 된 송림이 우거진 사촌 해수욕장은 아직은 덜 알려진 남해의 숨은 해변이다.
남해군청 문화관광과 (055)860-3228. 고흥군 내나로도의 덕흥 해수욕장은 완만한 경사, 고운 백사장, 울창한 송림 등 해수욕장이 갖춰야 할 삼박자를 모두 가진 숨은 보석이다. 고흥군 문화관광과 (061)830-5224.
▲ 서해안권
남해와 동해에 비하면 서해 바다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평하는 이가 많다. 사실 수도권 일대와 충남 북부권 해안은 해수욕장이라기 보다는 갯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들이다.
하지만 충청권 남부 지역으로 접어 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 시작이 태안이다. 동ㆍ남해 뺨치는 고운 모래를 가진 백사장이 즐비하다. 맑은 날에는 제법 푸른 물빛도 볼 수 있다.
태안의 북단에서 남단까지 해수욕장만 32개다. 꾸지나무골, 사목, 갈음이, 바람아래 등 이름만큼이나 예쁜 해수욕장이 널려 있다. 꽃지, 몽산포, 만리포 등 유명 해수욕장이 붐빈다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이들 해수욕장을 찾는 것이 현명하? 백사장 사정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태안 아래에서 만나는 대천, 무창포, 춘장대 해수욕장 등은 서해안 고속 도로 개통 덕에 밀려드는 인파를 소화해 내기에 버거울 지경. 넓은 백사장을 자랑하지만, 성수기에 이 곳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각오해야 한다.
서해안에서 조금 쾌적한 피서를 즐기려면 과감하게 남진하자. 전남 무안군 무안읍에서 서남쪽 12㎞지점에 조금 나루 해수욕장이 있다. 4㎞가 넘는 백사장이 있고, 뒤로 송림이 우거져 운치 있다. 민물을 넣은 소쿠리에 낙지를 담고 주물러 기절시킨 뒤 썰어 먹는 기절낙지가 일품이다.
글ㆍ사진=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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