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가 무서운 기세로 명동상권을 장악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4호선 명동역부터 명동성당까지 걸쳐 있는 명동상권은 의류, 화장품 매장이 180여개나 밀집한 국내 상권 1번지. 이곳에 캐주얼 브랜드‘푸마’‘후아유’‘브렌따노’, 여성복 브랜드‘피오루치’ ‘로엠’‘투미’, 속옷 브랜드‘에블린’‘헌트 이너웨어’‘더 데이 언더웨어’, 액세서리 브랜드‘로이드’‘클루’, 식품 브랜드‘피자몰’ 등 ㈜이랜드와 이랜드월드의 브랜드 매장이 15개나 된다.
로이드와 푸마 매장은 5월 서울시가 발표한 개별 공시지가가 평당 1억3,653만원으로, 커피 전문점 파스쿠찌(옛 스타벅스) 자리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비싼 땅이다.
로이드 건너편 피자몰 부지 역시 공시지가가 평당 1억3,223만원으로 6번째다. 의류보다 마진이 높다는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도 ‘30억원 보증금에 월세 1억원’이라는 엄청난 임대료를 견디다 못해 두 손을 들고 나간 점을 보면 이들 이랜드 브랜드 매장의 막대한 임대료 부담을 짐작할만하다.
물론 이랜드 매장 중에는 직영점이 아닌 대리점이 많지만, 본사가 일정 수익을 보장해 주는 것이 관행이어서 이랜드로서는 상당한 비용을 투자한 셈이다.
이처럼 비싼 땅 위에서 영업을 하지만 팔리는 상품들은 의외로 싸다. 비아니의 샌들과 슬리퍼는 한결같이 1만원이며, 브렌따노는 바캉스 기획상품으로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 세트를 단돈 9,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피자몰의 피자 한 판 값은 9,900원.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브랜드를 꼽는다면 12만원짜리 운동화를 판매하는 푸마, 20만원대 시계를 판매하는 로이드, 6만8,000원짜리 치마를 판매하는 피오루치 정도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유동인구를 겨냥한 브랜드인 탓이다.
이랜드는 왜 하필 명동을 공략하는 것일까. 명품의 본거지가 강남으로 옮겨갔다 해도 업계에서는 여전히 명동을 ‘패션 1번지’로 꼽고 있다. 무엇보다 평일 200만명, 주말 300만명에 달하는 유동인구는 국내 어느 상권도 따라갈 수 없는 명동 상권의 강력한 무기다.
이 때문에 브랜드 노출 효과가 매우 크다. 또 매장들이 경쟁적으로 새 상품을 가장 먼저 선보이는 곳이어서 “명동에서 밀리면 다른 상권 경쟁에서도 진다”는 상징성이 크다.
이랜드 상권개발팀 관계자는 “명동에 매장을 두면‘첨단 브랜드’라는 상징성을 얻으면서 대리점 모집이 훨씬 수월해진다”며 “특히 20대를 겨냥한 브랜드는 명동에 1호점을 내야 제대로 런칭했다는 말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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