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각 지방마다 자기 지방의 특성을 살린 지역축제를 연다. 규모가 크든 작든 보통 이런 축제는 삼사일 정도 열리는데, 그 축제의 진짜 재미는 큰 운동장에서 열리는 공식 행사보다 팔도 각처에서 장사치들이 몰려와 벌이는 난전을 둘러보는 재미다.
음식으로 말하면 부산과 울산의 고래고기에서부터 통돼지 바비큐, 강원도 옥수수구이까지 정말 없는 것이 없다.
난전에 펼쳐놓은 물건들도 여간 다양하지 않다. 그 중엔 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나와서 파는 물건 세 가지가 있다. 놋그릇 은수저 동전을 반짝반짝 닦아내며 파는 광약과 무채 오이채 감자채 당근채를 원하는 모양대로 썰어주는 채칼과 한 번 두 번 세 번만 바르면 어떤 독한 무좀도 씻은 듯이 낫는다는 강력 무좀약이다.
특히나 광약 장수와 채칼 장수와 무좀약 장수는 입심이 좋아야 한다. 그 앞에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다 보면 칠십이 넘은 할아버지도 집에 있는 할머니를 위해 그날 점심까지 굶어가며 거금 1만원을 들여 채칼을 산다. 그리고 집에 가서 칭찬을 받는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을 사가지고 왔다고 오히려 야단만 듣는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