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은 친밀과 애정의 근원지인 가정이 폭력의 장소가 된다는 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비롯한 가족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특히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실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는 부모에게서 자라나는 아동의 경우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또래 친구들과 자주 싸우게 되는 등의 문제로 번지기 쉽다.
지금까지 한국의 학교폭력, 가정폭력 문제에서 정작 피해를 입은 당사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소외돼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정폭력에 대한 연구는 다차원적ㆍ다변인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폭력의 당사자 뿐 아니라 폭력을 둘러싼 체계 모두 적극적으로 포함시켜, 아동을 피해자인 동시에 미래의 가정폭력 및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조기개입 대상자로 보는 것이다.
1997년에 제정돼 98년 7월부터 시행된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 폭력을 사회 문제로 인식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피해자와 자녀 그리고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의 안전 보장이나 폭력의 사전예방 및 치료에는 미흡한 면이 있다.
대부분의 가정폭력은 다음 세대 가정폭력의 온상이 될 뿐 아니라 학교폭력 나아가 사회폭력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다음 세대의 주역이 될 아동의 가정폭력의 영향에 대한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심각한 폭력 가정 상황에 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적응능력을 갖고 있는 아동과 낮은 적응능력을 가진 아동에 대해 조사했다. 분석 결과 폭력 가정의 아동이 사회에 적응하는 데 ‘자아 존중감’ ‘학교선생님의 지지’ 등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부적절한 대인관계 기술’ ‘관심과 애정이 지나치게 높은 양육 태도’ ‘거주 환경의 위험 요소’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으로 학교폭력 및 가정폭력 예방 전략을 세울 때 이런 요인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폭력 예방 전략은 지역사회 중심으로 실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사회 주민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지역사회복지관과 학교를 중심으로 폭력에 노출된 아동의 심리적ㆍ사회적인 문제의 심각성 및 영향, 아동과 부모를 돕기 위한 지역사회 지원서비스 안내, 지역사회 개입의 필요성 및 가정폭력 방지 관련 특별법에 관한 홍보 등을 실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가정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동과 부모가 지역사회 단체에서 폭력 위기를 관리하는 문제해결 전략을 배울 수 있도록 가족 상담 및 교육ㆍ훈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동에게 도움을 주는 지원 제도를 개발할 수 있도록 절차와 체계를 설립하는 것도 필요하다.
청소년 문화 공간 확보 및 유해업소 시민감시단 조직 활동 등 구조적인 개입이 시행되어야 한다. 학교 폭력에 노출된 아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 지역사회복지관에서도 학교폭력 및 가정폭력의 폐해 뿐만 아니라 예방차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것이다.
경찰과 종교단체, 학교, 병원, 여성단체와 지역방송국 등 지역사회 단체와 연계해 활동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폭력에 노출된 아동을 위한 예방대책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조미숙 삼육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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