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물 맛이 달게 느껴지는 계절이 왔다. 30~40도를 넘나드는 불볕 더위 속에서 갈증을 해소해주는 시원한 물 한 잔은 그야말로 구세주가 따로 없다.
제아무리 시원한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도 물 한 잔만큼 속 시원히 갈증을 해소해주지는 못한다. 사실 물만 제대로 마셔도 건강하게 여름을 날 수 있다. 기력이 떨이지기 쉬운 여름철에 값비싼 보약보다 실속 있는 물 마시기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우리 몸의 70%는 물
갓난아기 경우에는 몸의 85% 이상이, 어른의 경우에는 60~70%가 물로 이뤄져 있다. 몸무게 70㎏의 건강한 성인 남자의 경우 42㎏의 물을 가지고 다니는 셈이다.
이처럼 물이 많으니 약간 줄어든다고 해서 인체에 큰 영향이 생길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체내에서 수분이 1~2%만 손실돼도 심한 갈증과 괴로움을 느끼게 되고, 수분을 5% 정도 잃게 되면 가사상태에 빠지며, 12%를 잃으면 생명을 잃게 된다.
화상을 입었을 때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화상 그 자체보다는 그로 인한 수분의 손실이다. 또한 인간은 음식물을 먹지 않아도 4~6주 정도 버틸 수 있지만 물을 먹지 않고는 1주일 안에 사망하고 만다. 그만큼 물은 인간이 생명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감기 및 요관결석 치료까지
인간은 식수나 음식물 섭취를 통해 매일 2.6ℓ씩 일생 동안 60톤의 물을 세포의 물을 대사하는 데 소비한다.
우리가 마시는 물은 입를 거쳐 위와 장, 간장ㆍ심장, 혈액, 세포, 혈액, 신장, 배설의 순서로 순환하면서 체내에서 생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생명을 유지시킨다.
물은 우리 몸 속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데 도움을 주며 체온조절, 소화촉진, 혈액순환 향상, 독소와 가스방출, 산소운반, 체형과 신체 균형 유지, 음식물 이동과 관절의 용매 역할을 하는 등 생명유지에 필요한 필수작용을 담당하고 있다.
물은 이러한 작용을 거치면서 체내를 순환한 후 소변과 땀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매일 소모량만큼 충분히 마셔 보충해주지 않으면 피부세포를 비롯한 체내 세포들에게 대사에 필요한 수분을 빼앗기기 때문에 피부가 건조해지고 노화하게 된다.
각종 전염병 중에는 단순히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 흔히 감기에 걸렸을 때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인체 세포에 수분이 부족하면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식중독, 전염병, 급성 장염 등 설사의 원인이 되는 병에는 탈수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질병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요관결석을 들 수 있다. 의학의 시조라고 일컫는 히포크라테스 때부터 이미 요관결석 환자에게는 물을 많이 마실 것을 권해왔는데,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 이것이 근거가 있음이 밝혀졌다.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변비 예방에 좋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대장암의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까지 발표된 바 있다.
단순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물을 많이 마시면 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발암 물질이 예민한 부위에 접촉하기 전에 몸 밖으로 씻어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은 독소를 배출시켜 신체를 정화시켜주는데, 만약 독소들이 배설되지 않고 몸에 흡수된다면 두통, 피로, 통증, 거친 피부, 만성질환 및 암의 원인이 된다.
그러나 야뇨증에 의한 수면장애 환자나 지나치게 체내에 수분이 많은 저나트륨혈증 환자, 심부전이나 갑상선 질환자 등은 물을 적게 마시는 것이 좋다.
하루 여덟 잔 마셔라
수분 섭취량이 활동 정도나 다른 요인에 의해 너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준을 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하루 여덟 잔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또한 마시는 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낮은 20~25도가 좋다.
물을 많이 마시면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물만 많이 마신다고 무조건 피부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하루에 8~10컵 물은 피부를 놀랄 정도로 매끈하게 바뀌지만, 물을 마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피부표면의 수분 발산을 막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노인들은 스스로 목이 마르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몸에서 필요한 만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 그러나 청장년층처럼 하루에 물 여덟 잔을 마신다면 요실금에 걸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요실금이 염려되는 노인들은 물을 조금 덜 마시고 그 대신 커피나 술을 삼가해 몸 밖으로 수분이 많이 배출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서울대 가정의학과 유태우 교수는 “요즘 사람들은 웰빙이다 뭐다 해서 음료와 건강에 대해 잘못된 상식을 마치 진리인양 믿고 있다”며 “물이 아닌 것을 물 같이 먹는 것?문제”라고 지적한다.
유 교수는 특히 “카페인과 당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음료는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음료는 맛과 청량감 외에는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성분이나 기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식사량을 줄일 때에도 물은 충분히 마시는 게 좋다. 물 때문에 체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을지대병원 산업의학과 오장균 교수는 “물은 오히려 다이어트를 도와준다. 식사 전에 한두 컵의 물을 마시면 포만감 때문에 식사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체내 지방을 분해하는 대사과정에서 물은 없어서는 안 될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아울러,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잘못된 상식 때문에 수분 섭취를 줄일 경우에는 체내에서는 지방이 계속 쌓이게 된다고 조언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체내의 물- 몸무게 60~70% 차지, 5% 잃으면 가사상태
●물의 효과- 신체정화·노화방지, 다이어트에도 도움
●얼마나 마셔야 하나- 하루에 8컵마셔야… 청량음료는 효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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