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연례회의를 유치한 한국은 이번 회의의 핵심 쟁점인 상업포경 재개 문제에 대해 시종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오거돈 해양수산부장관은 총회 개막식이 열린 20일 울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래 자원의 지속적 이용은 찬성하나 상업포경에 대한 찬반 입장은 밝히기 힘들다”는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잡고는 싶지만, 잡아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라는 뜻으로 들렸다.
오 장관은 상업포경 재개의 전제인 개정관리제도(RMS) 완성 문제를 설명하면서 “IWC 조약 중 하나인 ‘상업포경 유예 관련’ 10조e항(1986년부터 상업포경을 유예한다)의 조항 삭제 결정에는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이에 대한 찬성이 우리 정부가 상업포경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을 뒤집는 등 “잡을 의사는 있지만, 상업포경 찬성이 한국의 공식입장이라고 기사화하지는 말아달라”고 주문하는 듯했다.
또 21일 57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RMS 토론에서 일본측이 10조e항의 삭제 등을 요구하며 새로운 제안을 내놓자 우리측 대표는 “총회 개최지인 울산시민은 물론 우리 한국민들도 이번 회의에서 RMS를 채택하지 못한다면 큰 실망감을 보일 것”이라고 한 몫 거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공개투표에서는 결국 기권표를 던졌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손님을 유치한 입장에서 싸움에 직접 나서지 않는 게 국제관례”라며 “내용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치, 포경 재개를 염원하는 울산시민의 입장, 포경국인 인근 일본과의 관계 등 복잡한 여건을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해명했다.
울산=목상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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