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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옷에 숨겨진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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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옷에 숨겨진 과학

입력
200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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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 스파이더맨 원더우먼 등과 배트맨의 차이는 무엇일까. 앞의 영웅들이 태생적이거나 후천적으로 얻어진 일종의 초능력을 사용한다면, 배트맨은 직접 개발한 과학장비에서 힘을 얻는다. 배트맨이 1939년 만화 속 영웅으로 첫 선을 보일 때부터 ‘가장 인간적인 영웅’으로 일컬어져 온 이유기도 하다.

배트맨의 탄생 과정을 담은 영화 ‘배트맨 비긴스(24일 개봉)’에는 ‘배트수트(bat suitㆍ박쥐 옷)’와 ‘배트카(bat carㆍ박쥐 차)’ 등 배트맨에게 힘을 주는 두 장비의 제작과정이 자세히 소개된다. 특히 우아하게 펄럭이는 검은 망토와 두꺼운 가면이 어우러져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배트 수트는 화학 전자공학 동물행동학 등이 결합된 최첨단 과학의 결정체다.

■ 최첨단 ‘아라미드’ 소재 옷감

영화에서 배트맨으로 변신하는 주인공 브루스 웨인은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은 ‘웨인 기업 응용과학 연구소’에서 ‘노멕스’라는 소재를 개발, 배트 수트를 제작한다. 1960년대 후반 듀폰사에서 개발한 나일론의 일종인 노멕스는 전투기 조종복, 스포츠 용품, 자동차 타이어, 비행기 부품 등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아라미드’라는 독특한 고분자를 소재로 한 탓에 섭씨 500도가 돼야 타기 시작한다.

탄소_산소_질소_수소가 일렬로 늘어선 ‘아미드기(CONH)’가 벤젠(C6H6)과 안정적이고 강하게 결합해 만들어지는 ‘아라미드’는 결합 위치에 따라 파라 및 메타계로 나뉜다. 파라계는 강도와 탄성이 센 것이, 메타계는 열에 유난히 강한 것이 특징이다. 영화에서 쓰인 노멕스 소재는 메타계에 속한다.

■ 경찰 무선 도청장치 장착 마스크

배트맨의 마스크 속에는 범죄 현장에 누구보다 빨리 도달하기 위한 경찰 무선통신 감지장치가 장착돼 있다. 실제 상황이라면 심각한 범죄 행위다. 우리나라는 통신 도청을 막기 위해 라디오나 개인용 무전기 등에서 군이나 경찰의 주파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경찰청 무선통신 관계자는 “과거 방식에서는 불법 기기변조 등을 통한 도청을 막을 수 없어 2007년을 목표로 도청에 강한 통합 시스템인 디지털 TRS(주파수공용통신) 망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 통신망을 사용하면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아이디를 알아야 전파 수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스크에 설치된 안테나를 통한 도청은 배경 도시인 ‘고담’ 경찰이 이전에 사용되던 아날로그 방식을 아직 쓰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셈이다.

■ 부드러운 펄럭임 위해 정전기 활용

놀란 감독이 “어둠 속에서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질 때 몸의 일부가 돼 움직일 것”을 요구했다는 망토에는 정전기 원리가 활용됐다. 낙하산을 만들 때 쓰이는 나일론 천에 접착제를 바른 후 정전기를 일으키고 그 위에 고운 입자를 뿌려 들러붙게 했다. 그 결과 부드럽고 얇으면서도 부드러운 벨벳 느낌의 새까만 망토가 완성됐다.

정전기는 특정 소재를 마찰하거나 강한 전류를 흘릴 때 양(+) 전하와 음(_) 전하 중 한 가지만 고루 퍼져 전하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는 상태에서 일어난다. 의상 제작팀은 강하고 고른 정전기를 위해 나일론에 순간적으로 6만 볼트의 전기를 흐르게 한 후 고운 섬유 입자를 뿌려 망토를 완성했다. 건조한 날씨에 머리를 빗으면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과 같은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 박쥐 떼를 부르는 초음파 신발

박쥐나 돌고래는 초음파를 통해 대화하고 정보를 얻는다. 초음파는 사람의 귀에 들리는 음을 넘어서는 주파수 1만6,000㎐ 이상의 파동이다. 박쥐는 주파수 2만~10만㎐ 정도의 초음파를 써서 대화한다. 청각이 민감하다는 개가 8만㎐까지 들을 수 있고 돌고래가 17만㎐까지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쥐의 초음파 주파수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군사장비 등에 쓰이는 초음파 연구에 돌고래보다는 박쥐를 활용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초음파는 적의 위험을 경계하고 장애물을 순간적으로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박쥐의 먹이가 되는 나방의 등에는 박쥐가 발생시키는 초음파만 감지하는 특수 고막이 달려있다. 불나방은 뒷다리의 특이한 기관에서 박쥐가 싫어하는 초음파를 쏘아 박쥐를 쫓아버리기도 한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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