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그 염원을 문학에 담고 땅 위에 실현한다.” ‘문학지리학’은 그러니까, 실현된(또는 좌절된) 염원의 땅과 삶의 구체적 희망(혹은 절망)을, 지리(地理)와 문학을 인연처럼 이어 한 덩어리로 고찰하고자 하는 시도다.
그 첫 성과로 ‘문학지리. 한국인의 심상공간’(논형 발행)이 국내편 2권 국외편 1권 등 전3권으로 나왔다.
책의 저술에는, 이 작업을 이끌어 온 김태준 동국대 명예교수와 조동일 계명대 석좌교수 등 원로 학자에서부터 중진 중견 연구자, 강정구 조은(이상 동국대) 교수 등 사회학자, 학부생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80여 명이 참여했다. 때문에, 책의 내용은 전문 학술적인 내용부터 에세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로 구성됐다.
조은 교수는 ‘시로 만나는 빛고을’이라는 글에서 광주와 무등산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을 일깨워준 시들을 소개했고, 김태준 교수는 민요와 김산의 ‘아리랑’ 등을 통해 ‘아리랑 고개’라는 슬프고 낭만적이며 신비스러운 지리 개념을 고찰했다.
또 중국 일본 인도 미국 등으로 그 공간을 넓혀, 유랑하고 유배된 이들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김동훈 중국 연변대 조선언어문학연구소장은 “용정은 민족 독립운동의 요람이자 ‘암흑기의 별’이 떠오른 성지”라며, 윤동주(1917~1945) 시인의 문학과 삶의 흔적 등을 살폈다.
김태준 교수는 머리말에서“사람에게 고향이 있듯이 문학에도 고향이 있다”며 “그 삶의 현장(고향, 땅)에서 자신의 숨결을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참 문학이며, 실지(實地)의 학문이라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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