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핵심 주거지로 부상하고 있는 뚝섬 상업용지에서 내년에 분양될 아파트의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과연 적정 분양가가 얼마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뚝섬 주상복합 아파트의 분양가가 이처럼 높아질 경우 내년 주택시장은 또 한차례 소용돌이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땅을 판 서울시와 허가권을 갖고 있는 성동구는 ‘뚝섬발 집값 폭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 업체에 대한 관리ㆍ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적정 분양가
서울시는 17일 공개입찰을 통해 뚝섬 상업용지를 △1구역(5,292평)은 노모씨에게 2,998억원(평당 5,665만원)에 ▦3구역(5,507평)은 대림산업에 3,824억원(평당 6,943만원)에 △4구역(5,742평)은 P&D홀딩스에 4,440억원(평당 7,732만원)에 각각 매각했다. 이는 타워팰리스 보다 2배나 높은 수준이다.
3구역 낙찰을 받은 대림산업은 이번 입찰에 참가하기 앞서 실시한 내부 사업성 분석에서 예상 분양가를 평당 2,500만~2,900만원 수준으로 책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분양이 내년에나 실시되는 데다, 그 사이에 집값 추세가 달라질 수 있어 분양가는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가 사업성 분석에 주로 사용하는 수익환원법에 따라 예상 분양가를 산정해봐도 뚝섬 분양 원가는 평당 3,000만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이 평당 6,943만원에 낙찰 받은 3구역에서는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용적률 600%로 층고 250m까지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따라서 용적률 600%에 맞춰 지은 건물을 모두 분양한다고 가정할 경우 토지 원가는 평당 약 1,2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건축비를 고급 사양으로 적용할 경우 평당 500만원, 여기에 분양에서 제외되는 지하 면적 비용으로 평당 200만원, 그리고 사업 부대비용ㆍ금리ㆍ적정이윤으로 평당 300만원을 추가할 경우 분양 원가는 약 평당 2,200만원이 나온다.
물론 사업지 용도가 오피스 45%, 아파트 45%, 기타 10%로 정해져 있어 이보다 분양 원가가 다소 상승할 여지는 있지만, 어림 잡아도 평당 2,500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고가 분양 원인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분양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분양 수익 극대화를 위해 ‘고가 마케팅’을 구사할 경우 실제로 내년 뚝섬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을 넘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 외환위기 이후 경기가 바닥권이었던 2000년 한 유수 건설업체는 당시 리모델링한 압구정동의 아파트를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근보다 훨씬 높은 평당 2,000만원대의 높은 가격으로 분양해 성공한 경우가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값보다 약간 더 높게 받는 게 관행이었으나 최근에는 고급 사양으로 지어 주변 아파트보다 훨씬 높은 분양가로 파는 ‘고가 마케팅’이 유행”이라며 “앞으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 분양되는 뚝섬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책임론
시민단체와 업계는 이번 뚝섬 상업용지의 분양가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게 된 것은 서울시 탓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시는 올해 2월 뚝섬 상업용지에 대한 분양을 실시했다가 업체간 과열 양상이 빚어지자 입찰을 뒤로 미뤘다.
하지만 그 사이 뚝섬공원이 완공돼 주변 환경이 몰라보게 개선된 데다, 전국 지가와 집값까지 폭등하면서 이 달 실시된 입찰에서 낙찰가는 2월보다 2배 가까이 치솟았다. 결국 서울시가 입찰을 연기하면서 땅값을 크게 올려 판 셈이 됐고, 결국 그 부담은 집을 사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뚝섬 상업용지의 낙찰가가 예상보다 너무 높아 일반 분양가도 연쇄적으로 높아질 수 밖에 없게 됐다”며 “과열이 예견됐던 경쟁 입찰 보다 SH공사를 통한 개발을 택했더라면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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