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상공회의소가 공석 중인 상근부회장에 여권 출신 정치인을 영입하자 부산시와 한나라당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 APEC(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모처럼 조성된 지역화합 분위기에 파열음이 일고 있다.
송규정 부산상의 회장은 22일 회장단회의를 통해 부산시의회 의장과 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수석부위원장을 지낸 이영(58)씨를 상근부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상근부회장은 시정에 밝고 인간관계와 친화력이 좋은 인물이 적임이라는 판단에서 이씨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사에 대해 상의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부산시와 긴밀한 업무협조 등을 위해 부산시 부시장이나 기획관리실장을 지낸 인물을 상근부회장으로 임용해온 만큼 지위나 업무의 적정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일각에서는 상의가 송 회장 취임 이후 경비 절감을 위해 당분간 상근부회장을 두지 않기로 결정해놓고 갑자기 임명한 것은 모종의 외압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지역 상공계에서도 “언제든지 정치권으로 복귀할 수 있는 인물을 상근부회장으로 영입하는 것은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씨가 행정 실무경험이 없는데다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열린우리당 후보 선대위원장을 지내 한나라당 소속인 허남식 시장과 껄끄러운 관계여서 부산시와 구체적인 업무협의 등 막후 조정역할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허 시장도 “지금까지 상근부회장 임명은 시와 협의해 왔는데 상의가 관례를 깨고 비 경제전문가를 임용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불만을 털어놓고 이 전 의장의 면담 요청을 계속 거부해 부산시와 상의간 업무협조에 상당한 파열음이 우려되고 있다.
과거 강병중 전 부산상의 회장이 민선 2대 부산시장 선거 때 김기재(무소속) 후보 진영에 가담했다가 당선된 고 안상영(한나라당) 시장과 사이가 나빠지면서 서로 대립각을 세워 부산시와 상의의 업무협조에 막대한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한나라당 부산지역 의원들도 ‘상의 상근부회장 자리가 정권의 전리품인가’라는 성명을 내고 지역경제를 정치판으로 변질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다.
부산시의회도 의회의 위상 문제와 함께 이 전 의장이 상의 상근부회장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최근 여권의 지원에 힘입어 부산교통공단 이사장 후보로 거론되다 부산시와 여론의 반대에 밀려 무산되기도 했다.
한 상공계 인사는 “상의가 모처럼 내부결속을 다지고 지역사회에서 제 몫을 할 기회를 맞았는데 다시 정치권의 바람에 휩쓸린다면 모든 것이 공수표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의장은 이런 우려에 대해 “중앙당과 부산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으며 향후 정치에는 뜻이 없다”며 “기업경영 경험과 시의회 의장을 지내면서 쌓은 조정능력을 발휘해 지역 상공계 발전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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