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차병원과 미국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 등 연구팀은 미국에서 발행하는 의학저널 ‘생식의학지’에 중보(仲保)기도, 즉 남을 위한 기도의 효과에 관한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등 멀리 떨어진 곳의 기독교 신자가 시험관 아기 임신을 위해 서울 차병원을 찾은 환자의 사진을 놓고 기도를 함으로써 기도 받지 않은 환자에 비해 임신 성공률이 26%에서 50%로 2배나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언론을 통해 널리 보도됐다. 그러나 회의적으로 보는 과학자도 많았다. 과학은 초자연적 인자를 개입시키지 않는 자연주의적 탐구이다. 종교와는 다른, 신을 배제한 영역이 과학이다. 때문에 설혹 기도 행위에 따른 효과가 증명된다고 해도 그 원인을 신으로 돌릴 수 없으며, 과학을 이용해 굳이 신의 계시를 증명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기도의 효과만을 알기 원한다고 해도 신의 역사(役事)를 과학적 실험설계로 파악하는 데는 불확실한 변수가 많다. 신의 응답이 즉각적인 임신 성공만으로 나타날지 분명하지 않고, 더욱이 그 신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나타날지는 의문이다. 또한 기도의 효과는 기도자와 피(被)기도자의 신앙심에 의해 결정될 것 같은데, 이 마음 속 인자를 정확히 알기가 어렵다. 뿐만 아니라 실험 밖에서도 누군가 피험자를 위해 기도를 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실험 결과의 해석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과학적 측면에서 볼 때 중보기도에서 가정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효과의 전달은 아인슈타인도 믿기 어렵다고 했다. 신을 개입시키지 않는 초월명상에서 중보기도의 양자론적 해석을 말하기도 하나, 이는 과학이라고 할 수 없는 추정일 뿐이며 기독교에서 이런 이론을 지지할 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보기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은 보완의학의 일부로 정부의 연구비까지 할당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차병원 연구는 컬럼비아대의 명성과 함께 기도 효과가 눈에 띄게 두드러진 탓에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과학 연구는 실험 및 자료의 도출, 그리고 자료의 일반화와 결론에 오류가 없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이 점에서 차병원 연구는 저널 게재를 위한 심사를 받았기 때문에 연구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환자에게 실험 자체를 알리지 않은 임상윤리 문제가 제기됐다. 차병원 윤리위원회는 중보기도가 환자에게 해를 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서면동의가 불필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기도가 환자에게 생리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가정된 이상, 알리지 않은 문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연구 결과를 놓고 앞서 언급한 교리 연구에 내재한 문제제기도 계속 됐다. 기도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되지 않은 50%의 환자가 신의 징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죄의식을 갖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또한 신의 응답이 시험관 아기 임신이라면, 이 같은 방식의 임신을 금지하는 가톨릭 등의 윤리를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때문에 과학계에선 이 연구가 온갖 미신적 신비로운 힘을 합리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좀 더 분명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연구 결과를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는 게 과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과학칼럼니스트ㆍ 전 숙명여대 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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