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음주의 기독교를 상징하는 세계적 부흥전도사. 빌리 그레이엄 목사가 2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사흘간 생애 마지막 대규모 부흥 집회를 연다. 미국 언론이 ‘최후의 십자군 출병’으로 명명하는 등 이번 부흥회에 종교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레이엄 목사는 21일 기자회견장에서 “나는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하나님을 직접 뵙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이번 부흥회가 미국에서는 마지막 집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뇌수종과 전립선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그는 올해 86세. 오는 11월 87번째 생일을 기념해 영국 런던에서 설교 초청을 받은 상황이지만 수락 여부를 고민 중이다. 그는 “나의 죽음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며 점점 하나님 곁으로 가고 있다”며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청력이 심하게 저하돼 있고 말도 속삭이듯 조그맣게 하는 그의 모습은 전성기 때의 박력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는 기자들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추호도 없다. 당신들 모두 하늘에서 봤으면 좋겠다. 모두 카메라 들고서 오시라”며 여전히 특유의 유머감각을 보여줬다.
그는 지금까지 180개국 2억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파했다. 1973년 5월 말에는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300여만 명의 신도를 모은 부흥회를 연 바 있다. 94년에는 북한 평양에 가서 부흥회를 인도하기도 했다.
이번 집회는 뉴욕 퀸즈의 코로나 파크에서 3일간 계속된다. 원래 계획은 57년 당시 그레이엄 목사가 전설적인 부흥회를 열었던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할 예정이었다. 당시 부흥회는 6주였던 기간이 16주로 연장될 만큼 엄청난 반응을 일으켰다. 얼마나 열정적인 에너지를 토해냈는지 “1, 2주가 지나자 성령의 말씀을 전하는 데 지쳐 버렸다”고 스스로 회상할 정도다.
이번 부흥회에서는 하루에 35분씩 설교할 예정이다. 아들 프랭클린 목사가 곁에 서서 위급상황에 대비하며 연단에는 노령의 목사에 적합하게 이동식 의자를 숨겨 놓았다. 골반 골절로 보행기를 사용하는 그가 설교 중 힘들 경우 의자에 앉을 수 있지만 청중은 볼 수 없다. 좌석은 7만석.
그레이엄 목사는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의 많은 기독교 지도자들로부터 더 많은 정신적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뉴욕으로 와 줄 것을 요청받았다. 뉴욕의 교회 관계자 1,300여명이 이번 행사에 자원봉사로 나설 만큼 그의 위상은 여전히 대단하다. 그러나 정치 문제는 이제 언급하지 않는다. “정치에 대한 나의 언급이 구원이나 예수님의 메시지를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각종 이슈에 대해 내가 너무 앞서나가 말한 적도 많지만 이 시점에 나는 엄격한 복음만 전파하고 싶다.”
부흥회에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가족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가족도 초청됐다. 그는 “부시와 클린턴 둘 다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뉴욕에 사무실을 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참석할 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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