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영화가 극장에서 좋은 흥행성적을 얻고 있다.
실향민인 아버지가 암에 걸리자 가족들이 똘똘 뭉쳐 “통일이 됐다”고 거짓말을 하는 영화 ‘간 큰 가족’은 9일 개봉해 전국관객 100만 명을 벌써 넘어섰다. 불치병에 걸린 형과 장난꾸러기 동생의 이야기인 ‘안녕, 형아’ 역시 개봉 4주차를 지난 현재 110만 명이 넘게 관람했다.
대작 한국 영화의 잇단 흥행실패와 비교해 볼 때, 상당한 선전이다. 영화사측에 따르면 ‘간 큰 가족’은 통일이라는 주제 덕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관객이 많고 ‘안녕, 형아’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가 많이 찾고 있다. 우려를 딛고 두 영화가 성공을 거두면서 가족영화에 대한 충무로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요즘 유일하게 돈 되는 건 가족영화”라 할 정도로 다양한 가족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미국 도브재단이 1989년부터 2003년까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제작한 영화의 수익을 비교한 결과,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R등급(18세 이상 관람) 영화의 편당 평균수익은 693만9,000달러에 불과한 반면, 가족영화인 G등급(전체관람가) 영화는 무려 7,898만2,000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유명감독과 배우도 가족영화를 무시하지 못하는 눈치다. ‘엘마리아치’ ‘씬시티’ 등 폭력성 높은 영화를 만들어 왔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이 가족용 3차원 입체영화 ‘샤크보이와 라바걸’를 만들고, 짐 캐리 메릴 스트립 등 톱 배우가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에 출연한 것이 그 예다.
우리 영화계가 가족영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가장 큰 계기는 30, 40대 중장년층 관객의 증가다. 더불어, 놀이공원화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확산 역시 가족관객 증가에 큰 기여를 했다.
MK픽처스 박재현 마케팅 실장은 “도심 대규모 주거단지마다 멀티플렉스가 들어서면서, 영화 보고 외식하고 쇼핑 하는 식으로 극장이 가족들의 주말 나들이 코스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한다.
최근에도 신작 가족영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꾸준히 가족영화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MK픽처스는 69년을 배경으로 서울로 아빠를 만나러 갈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스케이크 장사를 하는 10세 꼬마의 이야기인 ‘아이스께끼’(가제)를 내년 개봉 목표로 준비 중이다.
또한 박재동 화백과 공동으로 황선미 작가의 인기 동화 ‘마당을 나온 암닭’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다. 싸이더스 픽처스도 70년대를 배경으로 시골에서 상경한 남매의 이야기를 다룬 클레이 애니메이션 ‘럭키 서울’을 준비 중이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해 옛날을 시대배경으로 한 것이 공통점이다.
가족영화가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해리포터’나 ‘인크레더블’ 같은 가족영화는 관람료 수입 외에도 캐릭터 인형, 책 등 판매로 큰 수익을 내고 있다.
‘안녕, 형아’ 역시 영화를 각색한 만화와 소설을 발간해, 수주째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가족영화에 눈을 돌리는 것은 충무로가 틈새시장을 찾아 헤맨 결과다.
개봉 첫 주 스코어가 중요해진 요즘, 다양한 연령층에 동시다발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가족영화가 대안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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