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히딩크가 돼 한국에 돌아갈 겁니다.”
20일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한국-태국 전이 열린 중국 친황다오 올림픽 센터. 인도네시아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 신동찬(49ㆍ전 여자프로농구 금호생명 감독)씨를 만났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에 불참했다. 대신 코칭 스태프들과 함께 12월 동남아시아 경기대회(SEA게임)에 출전할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전력을 탐색하러 친황다오에 왔다.
코트에서 몸을 푸는 한국 선수들을 향해 함께 온 코치들이 반가운 듯 “자빳 자빳”을 외쳐대자 신 감독이 웃는다. “우리말로 ‘빨리 빨리’라는 뜻이에요. 선수들 훈련 때 제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인데 저를 놀리는 거죠.”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농구 사상 첫 SEA게임 메달이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4월 사령탑을 맡았다. 동남아 지역에서 SEA게임은 아시안 게임보다 인기가 높은 대회. 협회의 지원도 전폭적이다. 그런데 신 감독이 내놓고 말하기엔 좀 민망한 것들도 있다. 처음으로 협회가 선수들에게 농구화와 아이스박스를 사줬다. 소형 버스도 마련했다. 전력 분석하라고 코치들을 해외출장 보낸 것도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부임초 왕복 달리기와 몸싸움 등을 훈련시켰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고요. 난생 처음 보는 훈련법이라나요.”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대회까지 남은 기간은 6개월 남짓. 인도네시아 팀의 수준은 현재 동남아 중위권이다. 감독 부임 3개월째 “잘 하는 것 하나 없는” 선수들에게 농구의 기본인 패스와 드리블만 가르치고 있다. 전술 짜기는 언감생심.
신 감독에 대한 협회의 신망은 두텁다. 5년 계약을 뿌리치고 1년만 약속한 그에게 벌써부터 내년 남자팀 감독을 부탁할 정도. “인도네시아 농구 수준이 떨어진다는 건 맞아요. 그것이 저에겐 한국 농구의 저력을 떨칠 수 좋은 기회인 셈이죠.”
한편 대회 둘째날 한국은 태국을 101-45로 꺾고 2연승을 달렸다. 한국은 22일 중국과 맞붙는다.
친황다오=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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