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손호철 정치논평] 차떼기당과 비리사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손호철 정치논평] 차떼기당과 비리사학

입력
2005.06.21 00:00
0 0

지난 주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당사를 찾아갈 일이 있었다.

지난 해 대선 자금 파동 속에 두 당이 자기 개혁의 모습을 보여 준다며 당사를 옮긴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당사를 직접 방문한 것은 처음이었다.

우선 택시 기사들부터 위치를 몰라 한참을 헤맨 것부터가 격세지감을 느꼈다. 또 여의도의 웅장한 당사들만 생각하다가 서울의 주변부라고 할 수 있는 영등포와 염창동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을 보자 정치권이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잠시뿐, 바쁜 주말 땡볕에 하루 종일 두 당사와 국회를 오가며 거리 시위를 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사학 비리를 근절하고 교육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정치권이 지난 정기 국회에 이어 아직도 통과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 결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하고 있어야 할 교수들이 도보로 전국을 가로지르는 ‘교육 개혁 1000㎞ 대장정’을 벌이고 마지막으로 두 당사와 국회를 항의방문 해야 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은 당사를 옮겨 무늬만 바꿨을 뿐 내용면에서는 변한 것이 별로 없는 것이다.

-사학법 반대넘어 개악 시도

물론 열린우리당은 사립 학교의 이사 중 3분의 1을 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 추천하는 개방형 이사로 선임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혁안을 4대 개혁 법안 중의 하나로 선정해 지난 정기 국회 때부터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이해찬 총리가 불필요하게 한나라당을 비난해 국회를 공전시키는 이적 행위를 해 이를 통과시키지 못하는 등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

정작 화가 나는 것은 많은 교육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개방형 이사제도의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이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사립학교법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안이다.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제도의 도입에 반대할 뿐 아니라 비리 사학에 대해 정부가 관선 이사를 파견하는 현재의 제도 대신 학교 구성원이 추천하는 공영 이사를 파견하도록 개정하자는 안을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비리를 파헤치고 바로잡기 위한 외부 이사까지도 비리 사학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이야기이다. 한나라당이 제 정신이 있는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어떻게 이처럼 상식 이하의 날강도 같은 개악안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사태가 이러하기에 사학법 문제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한나라당이 왜 적지 않은 국민들로부터 ‘수구골통당’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지 저절로 이해가 된다. 개혁을 하자는데 엉뚱하게 개악에 앞장서고 있으니 한나라당은 한국 정치의 청개구리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나라당이 이해가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한나라당의 차떼기 비리 전력을 생각하면 한나라당이 왜 그처럼 비리 사학을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옛말 쳐 놓고 틀린 것이 없다. 다 유유상종이고 동병상련이다.

-다음 선거 유권자가 심판을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나라당이 아니더라도 사학비리 문제에 관한 한 교육부와 국회 교육위원회는 과거 개혁 노력이 그 속으로만 들어가면 실종되거나 개악이 되어 나오는 개혁의 블랙홀이 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사학 재단들의 로비 때문이다. 사학 비리의 피해자인 다수 국민들은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반면에 비리에 밥줄이 달린 사학 재단들은 목숨을 걸고 로비에 나서 온 것이다.

따라서 사학 비리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음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단결해 한나라당의 사학 비리 비호 행위를 심판함으로써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사학 재단을 비호함으로써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차떼기당과 비리 사학, 정말 유유상종이고 동병상련이다.

서강대 정외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