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6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한 장면. 삼순이 옛 애인 현우의 약혼식을 바라보며 그와 날카로운 첫 키스를 나눴던 시절을 떠올린다.
이때 흐르는 샹송 ‘빠롤레 빠롤레’. ‘말 말 말, 당신이 바람에 흩뿌리는 그 말들은 여전하군요’라는 가사와 부드러운 음색이 삼순의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진헌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삼순이 부르는 서유석의 ‘아름다운 사람’도 심금을 울리긴 마찬가지. 많은 시청자들이 ‘김삼순’의 미덕 중 하나로 절묘한 배경음악을 꼽는 이유다.
음악감독 김상헌씨는 “CF에서나 선보였던 하우스 음악 같은 최신 트렌드부터 클래식까지 음악의 ‘종합선물세트’를 선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SBS 월화드라마 ‘패션 70s’의 음악 제작진은 3월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다. 현악 연주에 관한한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프랑스국립관현악단과 프랑스 라디오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연주를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드라마 ‘해신’ ‘불량주부’의 음악을 맡았던 이필호 음악감독은 주제곡인 플라이투더 스카이의 ‘가슴 아파도’를 포함해 현악기를 사용하는 모든 드라마 음악에 이들의 연주를 삽입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재규 PD는 “드라마 음악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제작비와 별도로 2억원 가량의 비용을 음악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3.국민드라마 ‘대장금’의 이병훈 PD의 휴대폰 컬러링은 지금도 여전히 대장금 주제곡인 ‘오나라’. 올 하반기 SBS에서 방영될 예정인 사극 ‘서동요’를 준비하고 있는 이 PD는 ‘영상과 연기 그리고 음악이 드라마의 3대 요소’라고 주창해온 주인공답게 “이번에도 ‘오나라’를 작곡한 임세현씨를 기용, 새로운 음악을 선보이겠다”며 벼르고 있다.
그런가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도 즐겨본다는 KBS 1TV 대하사극 ‘불멸의 이순신’의 장중한 오프닝 음악은 국악인인 원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가 작곡했다. 음악감독인 원 교수는 ‘불멸’을 위해 100 곡 가까운 배경음악을 만들었다.
“드라마서 한번 뜨면 대박” 음반기획사·가수 경쟁 치열
음악은 힘이 세다. 듣는 이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무장해제 시킨다. 로맨스에서 시대극, 사극, 시트콤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생산자들이 배우 캐스팅이나 영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해온, 이 강력한 무기를 100%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명곡의 유무가 드라마의 성패를 가른다” “음악이 드라마를 만든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음악이 드라마 성패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대본이 45%라면 음악이 55%라고 본다”는 시트콤 ‘안녕, 프렌체스카’ 신정구 작가의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시대가 열린 것이다.
‘드라마 음악의 전성시대’는 새로운 환경변화의 산물이다. 10년 전만해도 드라마 음악은 일반적으로 방송사 내부에서 임택수씨를 비롯한 1세대 음악감독의 도제식 지도 아래 제작돼 왔다.
그러나 드라마의 외주제작이 본격화 되면서 영화부터 팝 클래식 국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장르의 전문가들이 드라마 음악 제작에 참여하는 백가쟁명의 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음반시장의 장기 침체로 드라마가 대중음악의 중요한 유통 수단이 되면서 음반제작사와 기획사, 가수들까지 드라마 음악 시장에 뛰어들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경쟁 시스템이 드라마 음악의 질 향상과 다양성 보장이라는 긍정적 결과만을 낳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가수의 노래를 홍보하거나 드라마 OST를 제작하는 음반사, 출연 배우가 소속된 연예 기획사 등의 이익을 위해서 작품의 내용이나 전체적인 톤과는 관계 없는 노래들이 삽입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뿐만 아니라 일본 드라마 속 음악의 일부를 교묘하게 베끼거나, 비슷한 내용의 외국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아예 통째로 갖다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중견 음악감독은 “독창성이 떨어지고 드라마 음악의 성장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외주제작사나 음반제작사, 연예 기획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드라마 음악이 결정되는 등 부작용도 심각하다”며 “이런 문제의 해결 없이 궁극적인 한국 드라마 음악의 진보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성기자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