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서는 눈으로 우는 것이 아니라 땀으로 운다. 눈으로 눈물을 흘릴 때는 목표를 이루었거나 세상과 이별을 할 때다.”
1만1,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인터넷 카페 ‘21세기 복싱 권도 클럽’ 주인장인 박현성(37)씨가 카페에 올린 글 중 일부분이다. 박씨는 ‘21세기 복싱체육관’ 관장이다. 지난 주 ‘팀 피닉스’라는 복싱과 종합격투기 팀을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7월 2일에는 종합격투기 대회인 ‘스피릿 MC 미들급 그랑프리’에 직접 출전하기까지 한다. 이번이 5번째 치르는 종합격투기 경기.
박씨는 평소 후배 복서들과 종합격투기 선수들에게 눈물을 흘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지난 97년 길바닥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몇 년 전 전신화상을 입은 뒤 기적적으로 살아나 휠체어에 타고 생활하던 중 길에 엎어져 어찌할 바를 몰랐을 때였다. 박씨는 원래 국가대표를 지낸 촉망받던 복싱 선수였다. 고교 때부터 국가대표에 뽑히기도 했고 84, 88올림픽 대표 선발전 2위를 기록했다. 86년에는 킹스컵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그러나 복싱에서 은퇴한 뒤 어둠의 길로 빠져들었다. “아마추어에서 조금만 더 참았으면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딸 수 있었을 거여요. 프로로 갑자기 전향해 5전 전승을 거두다가 역시 순간적인 실수로 복싱을 접고 다른 길을 걷게 됐죠.” 한창 이름을 떨치던 그는 지난 93년 왼발 아킬레스건이 잘리면서 주저앉았다.
무기력에 빠져 좌절의 시간을 보내던 박씨는 술김에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게 되었다. 몸 93%가 화상을 입은 중상이었다. 보통 사람이었으면 장례 절차를 밟았어야 할 상황. 그러나 그와 그의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3년 간 27번의 수술을 거쳐 그는 다시 태어났다. 목숨은 건졌지만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무력감에 3번이나 삶을 그만두려고 기도했었다. 그러나 삶에 대한 집착이 생기고 눈물겨운 재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살기 싫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날 휠체어가 넘어져 길바닥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을 때 다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재활 과정은 쉽지 않았다. 몸통, 팔다리 등 신체 대부분 살갗이 화상으로 짓이겨져 있어 몸을 움직일 때마다 고통은 가슴을 후비는 듯했다. 화상 입은 피부는 잠시 운동을 멈추기만 하면 오그라들었다. 그럴 때마다 이를 악물고 스트레칭을 했다.
“링에 설 때 살아있다는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오고 언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들한테도 노력만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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