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전선 최전방 경계초소(GP)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시각은 19일 새벽2시36분. 이 때부터 GP상황실과 후방 일반전초(GOP)부대에서 상황파악에 나섰지만 20여분이 지나도록 적의 소행인지 아군의 사고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최초 상황은 약1㎞ 후방에 위치한 GOP철책에서 순찰근무를 하던 3중대장이 폭발음과 총성을 듣고 실시간으로 대대에 무전보고하면서 전파됐고 거의 동시에 후임GP장 이모(25) 중위도 ‘피아구분 불가’라며 연대에 보고했다.
2분쯤 뒤인 2시38분에는 GOP대대의 인사장교가 GP로 확인전화를 걸자 GP상황병은 “적으로부터 총격이 있었다”고 알렸다. ‘적’ 침탈 소식은 바로 연대와 사단으로 보고됐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비상’조차 걸리지 않았다. 내부반에 마지막 난사를 가한 2시43분까지 7분 동안 김 일병은 GP를 휘젓고 다니며 총질을 해댔다.
사건 정황이 대략이나마 파악된 것은 후임GP장 이 중위가 자신에게 사격을 가한 범인이 전투복을 입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전투복 착용자 5명을 구금한 2시50분께. 그러나 김 일병이 범인으로 지목돼 체포되는 3시께까지는 피아구분이 불분명했다. 만약 북한군이었다면 어땠을까. 더욱 끔찍한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GP는 최전방에서 정전협정 위반감시와 적이 접근하면 초기공격을 하면서 상황을 제압하는 임무를 맡고있다. 때문에 적 침투 등 긴급 위기상황에서는 상황보고보다 자체능력으로 우선 대응하는 게 급선무로 ‘전쟁이 나면 GP는 총알받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왔다. 초동조치로는 ‘무장과 동시 전원초소투입’이 GP근무수칙에 규정돼 있다.
육군 고위 관계자는 “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상황조치를 하고 대비책을 갖췄다면 희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과 조치가 아쉽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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