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최근 양국 갈등을 의식해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두 정상은 회담에 들어가서는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으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역사 교과서 왜곡 등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 논전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상춘재에서 고이즈미 총리를 맞으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에 따른 양국 관계 악화를 염두에 둔 듯 “정치라는 게 욕심으로는 항상 봄처럼 되기를 바라지만 실제 정치는 심통스러워서 덥기도 하고 바람도 불고 그런다”고 말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겨울이 추우면 추울수록 봄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며 향후 양국 관계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셔틀식 정상회담 때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간편복 차림으로 만났던 두 정상은 이날 정장 차림으로 회담에 임했다.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어서 오십시오, 더운데 멀리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다”고 하자, 고이즈미 총리는 “오늘 날씨도 좋아서 좋은 회담이 될 것 같다”며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 드린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사진 기자들 앞에서 미소 지으며 포즈를 취한 뒤 회담장인 상춘재(常春齋)를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노 대통령은 상춘재 역사를 설명하면서 “이 집이 청와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원을 보니 지난 연말 이부스키에서 본 것과 비슷한데 많은 것들이 한반도로부터 들어왔다는 것을 느꼈다”며 “지난 회담 때 (조선 도공인) 심수관 선생 집에 들렀을 때 감동을 받았다”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칭송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난 연말 (가고시마) 경관이 아주 아름다웠고 일본 건축물이 친근하게 느껴졌다”며 “일본의 맛있는 음식이 특별히 좋았다”고 회상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그 때는 폭탄주를 안 마시고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만찬이었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두 정상은 2시간 20분 가량의 회담을 끝내고 녹지원에서 언론에 회담 결과를 설명한 뒤 상춘재에서 만찬을 함께 하면서 양국간 현안에 대해 계속 대화를 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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